어머님 떠내 보낸지 한달이 가까워지는 동안 이따금 그 모습이 그립기도 하고,
어찌 지내시는지 궁금하기도 하여 휴일날 일찍 옆지기와 집을 나섰다.
인천에 사는 동생집을 들러 함께 고향 선산에 도착하니 아침 아홉시를 가리킨다.
몇일전 내린 촉촉한 가을비로 무덤의 잔디는 제법 자리를 잡은것 같기도 하여
걱정했던 기우를 떨쳐 버리고 간단한 제물을 앞에놓고 어머님께 인사드린다.
무덤앞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벌초후 새로 돋아난 머위의 어린싹을 옆지기에게
채취하라 일러두고 난 톱을 가지고 산속 골짜기로 들어섰다.
이 골짜기를 넘어서면 음현의 선유골이 나오는데 그 골짜기엔 으름 넝쿨이 무성하다.
한참이나 헤매면서 돌아 다녀봐도 실하게 매달린 으름을 찻아볼 수가 없는 것이
넝쿨 주변으로 채취꾼들이 벌써 다녀간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특히 산초 열매를 많이 채취하여 갔는지 산초는 잎만 무성하다.
쩍 벌어진 으름 열매를 몇송이 겨우 힘겹게 채취하여 식구들에게 맛보게 하였다.
긴 작대기 나무 하나를 만들어 밤나무를 터니 제법 토실한 알밤을 얻을수 있었다.
오전동안 어머님 앞에서 가을 햇볕을 해바라기 하다가 남양면 백월산밑 백금저수지
에 도착하여 정자에 자리를 펴고 가저온 닭도리탕에 늦은 점심을 하였다.
미산 막걸리 한잔을 겉들여서 먹으니 제법 가을소풍 맛이 난다.
잠시 쉬면서, 동생과 산행에 익숙치 않은 옆지기와 동생댁을 생각해서 백월산 코스로
할지 아님 성태산 코스를 할지를 망설였다.
몇년에 거친 틈틈이의 산행으로 백두대간 청고을 종주코스는 옥마봉에서 왕자봉을
거쳐 성주산 장군봉을 이어지고 그 줄기가 문봉산을 거쳐 늦은목고개를 내주고 성태산으로
치닫고 다시 월티재를 내주고 백월산으로 이어지다 스므티고개에 고개를 푹 숙이고
오서산으로 달려 가는데 지금까지 오직 한곳 내 발길이 닿지 않은 성태산에 욕심이 생겨
성태산 한바퀴 도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백금저수지 오른쪽을 끼고 월티재(다리티재; 달뜨는 언덕) 고갯마루까지 임도가 내어져
주변 계곡속에 숨어있는 으름넝쿨속 작은 바나나 맛을 볼수있어 산책코스로 적당하다(1.4KM).
월티재 고갯마루에서 청고을쪽으로 내려가면 상중저수지에 도달할수 있다.
그 고개에서 왼편으로 길을잡고 능선이길(1.8KM)을 타면 성태산정상(631M)에 오를 수
있다.
청양군 남양면과 부여군 외산면과 보령시 청고을의 삼각 경계점이 이곳에 위치한다.
정상에 서면 청양 시가지와 멀리 예당 저수지까지 볼수있고, 부여의 백마강 줄기와
청천저수지는 물론 대천앞 바다 까지 조망권에 든다.
오서산, 칠갑산, 계룡산까지도 한눈에 들어 온다.
오곡이 풍성한 황금 들녘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계단길 가파른 골짜기로 내려와 다시금 백금저수지 원점까지(2.1KM) 도달하니 네시간
동안의 산행이었다.
서해한 고속도로가 엄청 밀린다는 뉴스로 예당저수지로 해서 인주사거리를 거쳐 국도로만
통해 집에 돌아오니 온몸이 녹초가 되었다.
하지만, 꿈에도 그립던 엄니를 뵙고, 가을산의 선물인 으름에다가 머위쌈에 알밤까지,
게다가 동무가 싸준 호박에 산초 열매의 정을 받고, 성태산의 정기까지 머금고 올라왔으니
이 얼마나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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