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비껴간 작은 숲속
산책길 초입새
찔레꽃 덩쿨 사이로
작은 웅덩이가 숨어 있다.
어느 봄날
물이끼 끼어있는
썩은 가랑잎 틈새로
꾸러미진 알들이 숨어 있었는데
찔레꽃 향기에 이끌려
그 곳을 다시 찾아보니
도룡이는 어디론가 떠나가고
하얀 아카시꽃잎만 떠있다.
그 옛날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의 시대를 꿈꾸며
파충류가 못다한 꿈을 양서류가 대신하기 위해
도룡이는 이 작은 웅덩이에서
그 꿈을 먹고 있었나 보다.
공룡의 포효는 흉내낼 수 없어도
공룡의 위용은 흉내낼 수 없어도
몸뚱이의 한부분이 잘리어도
재생되는 능력을 가진 도룡이는
습진 나뭇가랑 밑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망울이 찬란하다.
언젠가
지구를 지배하려는 꿈을 먹으며
그가 태어난 습지 주변을
날쎄게 순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