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도령의 아들이 군에 입대 하였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 어미와 애비의 애뜻한 감성을 이제사 뒤늦게 느낄수 있을것 같애 한마디 적어 본다...
보편적으로 대부분의 동무들이 자식들을 군에 보내지고, 또한 무사히 전역을 하여 이젠 며느리를
얻는 일에 골몰하고 있겠지만 조금 늦게 결혼한 내게는 이제사 자식의 국방의 의무를 바라보게
되어 착찹한 마음을 감추질 못한다.
32년전, 온양에서 입영열차를 타고 논산으로 갈때 내 어머님은 박박 깎은 내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감추지 못하시고, 제대로 군대를 마치고 돌아올수 있을 것인지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시며 무사귀환을 기도 하신것 같다.
논산의 황산벌을 박박 기면서, 그리고 3년이란 청춘의 세월을 국방부 시계에 묶어 두면서 이따금
생각 한것이 내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성장 할 즈음엔 내자식도 국방의 의무가 면제되는 시
기가 올것이라 믿었었다.
하지만, 대를 이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일을 자식에게 물려주게 되었고, 또한 내자식의
자식에게 까지도 국방의 의무가 연속적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현실 순응감도 갖게 된다.
몇일전 추운 날씨에 소주한잔을 하였더니 그것이 여지없이 나약한 내 몸뚱아리를 휘어잡아 꼼짝
없이 이불 뒤집어 쓰고 휴일날을 집에 붙들어 매어 놓게 되었다.
아들놈과 동네 목욕탕으로 가서 사우너에 땀을 흠씬 빼곤, 따뜻한 욕조에 들어가 누워서 도란도란
앞으로 인생여정에 대하여 논할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하였으니 그것도 감기몸살에 고마움을 가져
야 할까???
아들놈과 매주 한번은 동네 목욕탕에 같이 갈수 있는 기회도 이젠 점점 줄어들 텐데...
이 좁은 목욕탕 공간에서 아들과 나는 가족애와 삶에 대해서 무수한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
아들놈의 몸 구석구석을 닦아주면서 애비로서의 뿌듯함을 느끼게 해준 보물이었었는데 이제는
내 몸뚱아리가 그놈 보다 점점 왜소해짐을 느껴지게 한다.
아들놈은 오늘 새벽 3주간의 군사훈련을 하려 집을 나섰다.
밤새도록 끙끙 앓으면서 그놈이 나가는것을 배웅조차 하지못하고 에미에게 맏겼다.
엊저녁 아들놈의 양말과 옷가지에 주기표를 한뜸 한뜸 바느질로 떠 주면서 울 마눌님은 무엇을
생각 했을까???...
공군 ROTC 군사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사나이로써 더 굳건한 정신력을 가질 것이라는 희망을
생각하며 푸른 창공을 박차고 나가는 아들의 미래에 애비의 염원을 보낸다.
내년 봄 졸업 비행에 애비어미 태우고 한강줄기를 따라 한바퀴 돌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니
자식이 이렇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커다란 행복일 것이다...
앞으로 수많은 난관들이 내 자식의 앞에 가로 서겠지만,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애비와 에미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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