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내면에 존재하는 잣대...

푸른나귀 2009. 10. 15. 17:19

 

 

     코끝을 찌르는 듯한 분향 내음이 퍼지는 장례식장 작은액자속의 근엄한듯 웃음지며 

     낮섧게 있는 노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다 봅니다...

     하얀국화로 몸단장을 하였지만, 세월의 가늠을 얼굴속에서 엿 볼수가 있었습니다.

     그가 이세상을 살아가면서 지금 그의 앞에 서있는 내존재와 어느 골목에서 옷깃을

     스치는 인연이 있었는지 알수는 없지만, 분명 나는 그곳에서 영정사진속 노인에게

     예를 표하면서 내 나름대로의 잣대를 가지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한 오년간의 암으로 인한 투병속에 병원을 오가며 여든해라는 세월을 살았다더군요.

     혹자는 조금 아쉽게 일찍 세상을 등졌다 하기도 하고, 혹자는 지병을 앓으면서 자식들

     을 볼때엔 호상으로 볼수있다고도 하더군요.

     문상객들 저마다 어떤 관점을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생각은 틀리겠지요.

 

     측정의 도구로 인간은 여러가지 잣대를 만들어 대어보며 쓴지도 오래입니다.

     지구의 자오선을 사천만분의 일을 일미터라고 정하고 이것도 정확하지 않다하여

     빛이 진공속을 통과하는 길이의 몇분의 일을 일미터로 정하는것 까지를 규정해 놓아

     인간이 우주에 우주선을 보내고 돌아오는데에도 유익하게 그 척도가 사용된다고 합니다.

     물이 얼음이되는 선을 섭씨영도라 정한것도, 물이 수증기로 변하는 싯점을 섭씨백도로

     정한것도 인간들의 편이를 위해서 만든 잣대에 불과한데도 우리는 그것이 모든것을

     대신하는 진리로 받아 들이며 살고 있습니다.

 

     영정속에 아무말 없이 있는 노인에게는 어떤 잣대를 대어 측정해야 할까요???

     또, 그앞에 서있는 나는 어떤잣대를 들이밀어 어떤 규격속에 옮매야 할까요???

 

     짧은 삶을 살아오면서 참 많은 잣대를 내 가슴에 안고 살아왔나 봅니다.

     내 스스로의 잣대로 내 자신을 내 틀속에 가두면서 살아왔나 봅니다.

     언젠가는 나도 한점의 흙으로 돌아갈때에 결국은 내 자신이 만든 잣대로 재어질것이고,

     아무 인연도 없는 어떤이들에게서 이런 자질을 당하게 되겠지요.

 

     어느 노인의 장례식장에서 내 자신의 한 부분을 보는것 같아 마음이 가라 앉습니다.

     앞으로 내가 살아가야 할 날들의 길이도 알지 못하면서 누구를 원망하고 비방을 한다

     한들 무엇 하겠습니까???

     하루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사랑하며 살아 가기에도 아까운 날들인데, 부질없는

     욕망에 사로잡히는 육신을 탓해 봅니다.

     내 스스로 만들어 옮매고 있는- 얼키고 설킨 실타래를 이젠 치워야 하겠습니다.

     내 스스로를 당당하게- 옮조이고 있던 내면의 잣대를 치워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