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칸나와 카르멘...

푸른나귀 2008. 8. 17. 09:05

 

이른아침 숙소에서 빠져나와 신작로길을 걸었다.

하늘은 금새라도 한바탕 쏟아 내려는듯 먹구름이 낮게 깔려있지만  옷깃으로 스며드는

안성의 공기는 참으로 상큼하다.

논두렁을 걸어가며 바짓단이 풀에 쓸려 적셔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볏목아지 올

라오는 모습과 작은 바람결에도 일렁이는 푸른파도에 눈을 떼지 못한다.

낮은 구릉의 과수원에 비둘기가 날아왔는지 과수원 위로 줄울 매어 매달아놓은 요령

소리가 갑자기 한참동안 땡그렁 댄다.

어릴적 쇠방울 소리의 합창이다.

그것이 굶주림에 날아온 새들을 얼마나 효과있게 �i아낼수 있을것인지 농부의 마음이

안스럽게도 느껴진다.

 

다시 신작로로 나와 거닐다보니 길섶으로 붉은 칸나꽃이 나를 반긴다.

한여름 덤불을 이루며 잡초들이 무성한데도 넓은 잎과 우뚝한 큰키로 지나가는 행인

들에게 정열의 붉은꽃으로 희망을 이야기 하는듯 하다.

초등학교 5학년 이맘때 낮�活� 서울로 올라와 가을학기를 놓치고 6학년으로 겨우 진

급해 서울 깍정이들과 경쟁을 하다보니 모든부분에서 뒤늦을수 밖에 없었다.

붉은 양귀귀꽃을 좋아하고 책읽기 좋아하는 날보고 젊은 담임선생은 날 많이 사랑해

주셨다.

여름방학때 선생님은 내게 한통의 편지를 보내주셨다.

"창밖으로 보이는 칸나꽃을 바라보며 뷔제의 카르멘을 듣는다..."

그 꽃을 바라보며 널 생각한다는 말과 더불어 좋은 격려의 말씀이었다...

 

칸나꽃을 보면 그분이 생각난다.

향상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스승으로써의 위상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내 살아가면서 한마디의 말과 한줄의 글과, 한가지의 행동에서 남에게 힘이 될수

있기를 바라면서 살아간다.

비록 나는 교육자의 길도 선택하지 못하고, 내가 원하던 직업을 갖지 못하였지만

후배들에게 그분과 같은 작은 희망이라도 줄수있도록 노력해 왔다.

나도 누구엔가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칸나꽃을 보면서 한참동안 그곳에 서 있었다.

현장으로 돌아와 다시 하루일과를 시작하며 근로자들의 땀속으로 젖어든다.

그 무겁던 하늘이 조금은 가벼워 지는듯 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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