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어제하루는...

푸른나귀 2008. 4. 16. 15:19

 

     우리집 옥상에는 쓰지않는 노란 물탱크가 있었다.

 

     예전부터 마눌님은 그것을 반토막 내고 흙을 채워 감나무 한그루

     심자고 노래를 하였었다.

     그래주마하고 약속한지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감나무가 자랄수

     있을런지도 의문이었고, 옥상까지 흙퍼올리는 일을 실행할 엄두가 나질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수년이 흘렀고...

 

     작년 겨울에 들어서야 물탱크를 절반으로 자르고, 겨우내 과일 껍데기와

     음식찌꺼기중 퇴비가 될만한것들을 모아서 채우고 흙을 덮었다.

     하지만 그 큰 화분에 흙을 채우는것도 만만하지 않은 일이기에 또,

     차일피일 미루었고 결국은 마눌님에게 한마디 얻어먹고 나서야  어제는

     큰마음 먹고 흙을 구하러 일산으로 달려갔다.

 

     제법 봄기운은 한강의 물줄기따라 흘러갔는지 여름같은 기운이 감돈다.

     오랫만에 일산쪽으로 핸들을 돌리니 친구의 작업현장을 �O는길을 한참이나

     헤매고야 말았다.

     요즈음은 이따금 인간 네비게이션이 고장난것인지 길�O는데에 헤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아마 나이탓인가 보다.

     전화 몇번 다시하면서 겨우 현장을 �O았다.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와 함께 점심을 같이 하면서 요즈음의 물가변동으로

     인한 건설현장의 작업고충을 들어보기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

     한참동안의 시간을 가졌었다.

 

     지하터파기로 현장 한귀퉁이에 쌓여있는 토사중 황토성분이 많고,이물질이

     섞이지 않은 부분의 흙을 골라 자루에 담았다.

     쌀의 무게보다도 흙의 무게가 한참이나 무거우니 많이 담을수도 없기에

     세자루를 담아 승용차 트렁크에 실으니 차뒷바퀴가 묵직하다.

     행주대교를 건너기전 화원에 들러 퇴비를 구입하여 좀 일찍 집으로 향했다.

 

     퇴비와 흙을 옥상으로 힘들게 올려놓고선 골고루 섞어 큰물탱크에 채우니

     땀은 온몸을 적시고, 아직도 흙이 모자란듯 싶다.

     한번은 또 이런 고생을 하여야 감나무를 심을수 있을것 같은데 시기를 놓치지

     않았는지 걱정이 된다.

 

     저녁먹고 마눌님 점포까지 마중을 가 샷다문을 닫아주고 같이 목동아파트의

     골목길을 거닐때에 코끝을 간질거리는 수수꽃다리(라일락)의 향기에 취해

     라일락을 심으면 어떻겠느냐는 마눌님의 말에 말꼬리를 흐렸트렸다.

 

     어서 마당있는 주택으로 이사를 가야할텐데...

     작은 마당이라도 있는곳에서 네 알아서 나무를 심던, 밭고랑을 일구어 보리를

     심든 해보고 싶은것 다하라고 소리칠텐데...

     그런것 못해주니 허리빠지게 삼층이나 되는 계단을 오르내리며 흙 올리고

     매일 물주고 퇴비주고...

 

     언제나 소릿골 귀공자처럼 빨강게 열린 감을 찍어 핸드폰에 저장하고 자기집

     감이라고 자랑하면서 다닐수 있을꺼나???

     언제나 쬐끄만 애처럼 상추에 고추를 된장에 찍어 웰빙식단을 챙길수 있을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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