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의 의자를 거실 한가운데로 옮겨 놓고, 안방 병상 침대에 누워계신
엄니를 뒤에서 팔을 감싸안고 부축하여 그 의자에 앉힌다.
씽크대 서랍을 열어 얇은 보자기를 목밑으로 둘러치고 빨래집게로 목덜미
뒷쪽의 매듭부분을 집어서 머릿카락이 옷속으로 들어가지 않게 매무새 한다.
향시 누워 계셔서 머릿카락이 삐죽히 솟아 오른것을 물로 축이어 빗으로
빗어내리고 나면 그제사 내손은 가위손이 되어 은빛머리카락을 다듬게 된다.
엄니가 쓰러지시고 두어달에 한번씩 치르는 일이다.
이번엔 휴일날마다 산에 쫓아 다니느라 평일날 좀 일찍 들어와 엄니의 머리카락을
다듬게 되었는데, 몇년이 지났것만 솜씨는 아직도 형편 없다.
예전엔 이층에서 계단을 업고 내려가 휠체어에 태우고 동네 미용실을 �O기도 하고,
미용실 아주머니께 부탁하여 집에서 깍아 드리기도 하였는데 불편한점이 여간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번은 빗과 장농속의 가위를 가지고 직접 시도를 하였었는데 정말로
폭탄 맞은 머릿카락이 되어 미용사를 다시 부를수 밖에 없기도 하였다.
다음에 미용가위를 다시 장만하고 재차 시도 해보니 한결 나아지는것 같기에
자신감을 얻어 지금까지 이일을 해 오고 있다.
어디 미용사가 해주는 모습만이야 하겠냐마는 머릿카락 다듬고 몇일 지나면
듬성듬성했던 부분이 메꿔지면서 이쁜 모습으로 돌아가니 엄니도 자식을
탓하지 않는것 같기에 다행으로 친다.
머릿카락 다 다듬고 옷에 뭍은 흰머릿카락과 방바닥에 흩어진 머릿카락을
진공청소기로 모두 빨아들이고 욕실로 모셔가 변기위에 앉혀 놓고 미리 받아놓은
따뜻한 물로 목욕을 시켜드린다.
목욕을 끝내고 모든것을 정리하고 나면 온몸에서 힘은 빠져버리고 땀이 얼마나
흐르는지 속옷까지 흥건해 진다.
내 딸과 아들이 곁에 있을때에는 은연중에 그들에게도 한가지씩 도움을 요청을
하여 그들에게도 무언의 압력을 행사 하기도 한다.
자식들에게 까지 그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를 얹뜻 생각해 보기도 하였지만
나 자신도 언젠가는 힘없는 늙음의 시대가 올것이기에 자식에게 의지할 뜻은
전혀 없지만, 자식들에게도 그들의 미래를 볼수 있도록 비춰줄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노량진 본동엔 한강이 굽어보이는 산꼭대기에 한 중학교 건물이 있었다.
초여름 어느날 학교를 파하고 동무들과 재잘거리며 흑석동쪽으로 내려올적에
골목길에서 힘들고 가느다란 목청의 여인네의 장삿꾼 소리가 들리었다.
당황하여 친구들에게 교실에 무엇을 빠트리고 왔다고 거짓이야기를 하고
다시 학교쪽으로 돌아 올라가 친구들이 골목길을 사라진것을 보고서야
큰 광주리에 과일을 가득 담아 머리에 이고 장사하시는 엄니를 뵈었다.
엄니를 창피하게 생각했던 내 바로전의 모습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광주리를 내려 놓고 그 거친 손으로 자식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대견해
하시던 그 어머니 이시다...
영등포 연흥극장앞 버스정류장에서 당산동쪽 사는친구와 오류동쪽 버스를
타야 하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다가 멀리 시장통쪽에 눈길이 갔는데
그곳에 키 작은 여인이 군중속에서 이쪽으로 오면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당황하여 쫓기듯 바로 도착한 엉뚱한 버스에 올라 탄적이 있었다.
고등학생 정도라면 떳떳하게 친구에게 엄니이시라고 말할수도 있었을텐데
이 못난 자식은 그 자리를 피하고 말았던 것이다...
경복궁앞에서 군생활을 하면서 동료들과 외박을 나오면 그들과 용산역 지하도옆
허름한 포장마차에 함께들 �O았다.
대부분 부유한 처지의 동료들은 내 어머니의 음식솜씨에 맛이 있다고 더 달라
했었다. 내 가난한 형편을 그들은 이해를 해 주었고, 그들의 부유한 생활을
엿보기도 하였었다.
그 나이가 되어서야 어머님의 생을 제대로 보기 시작한것과, 나 자신의 위치를
인식 하였으니 이 얼마나 늦 되었었던가...
제대를 하고 사회에 나가면 엄니 고생도 이젠 끝이라고 말씀을 드렸었지만
경상도로,강원도로 십여년간을 돌아 다니며 월급받은돈 거의를 보냈었지만
대 가족인 우리 어머니의 고생은 끝이 없는듯도 하였다.
결혼을 하고 이젠 장사를 그만 하시게 하고도 싶었지만, 핑계인지 일을 놓으면
급격하게 몸에 이상이 올것 같기도 한 두려움에 내 스스로 방관 하였는지도 모른다.
결국은 자식 앞에서 어머님의 쓰러짐을 보이시고야 말았다.
어머님의 혼과,살과,피와 뼛속 깊이 모두를 갉아먹고 나는 이자리에 섯다.
무조건적이고 자식밖에 없다는 내리사랑을 받으며 나는 베품을 받았다.
자식은 창피한줄 알고 피해다녔다는것을 어머님은 알고 계실까???
과연 나는 내 자식에게나 누구에게 그런 사랑을 베풀수 있을까???
오월이 오면...
어머님 호강시켜 드리겠다고 호언장담 했던 그 젊은 시절의 약속이
물거품이 되어 버린것에 대하여 죄스러움에 어쩌질 못한다.
지금도,당신의 몸 추스리지 못하여 자식에게 누를 끼치는것에 미안해
하시는 엄니의 모습을 보노라면 안스러움에 화가 날때도 있었다.
어머님에게서 받아온 그 모든 희생을 조금이나마 갚아 드려야 하는데
그렇질 못하였으니 죄인이 아니던가???
오월이 오면...
그 곱디 고왔던 어머님의 얼굴과 손을 기억한다.
내가 지키지 못하고 베풀지 못하였던 사랑을 생각하게 한다.
다시는 후회하지 않도록 마음을 가다듬는다.
내 작은 울타리를 다시한번 견고히 지키고져 하는 마음을 다지게 한다....
2007.04.27.
'짧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마철 날씨탓인걸... (0) | 2007.07.08 |
---|---|
여름날의 몽상... (0) | 2007.06.24 |
여의도 윤중제 벗꽃놀이 (0) | 2007.06.24 |
봄이 오는 소리... (0) | 2007.06.24 |
봄바람 났다네!!!... (0) | 2007.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