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산

강화 혈구산

푸른나귀 2007. 6. 24. 19:01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차를 몰았다.
        인천에서 강화까지 한시간 정도를 달려 두해전 내손을 거친 군립어린이집에 들러
        원장선생님의 요청한 건물에 대한 A.S를 장갑끼고 주물럭거려 손을 보아 주었다.
        엉터리 기술자의 손으로 완성된 건물이라서 그런지 이따금 원장선생님은 날
        보고싶을 때면 부르는것 같다.
        하기사 요즈음은 사내들도 형광등 하나, 수도꼭지 하나 갈아 끼울줄 모르는 이가
        수두룩하니 문고리 하나 고장나도 핸드폰으로 불러 대는것이 어쩌면 통념인것을
        탓하지 못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O아가 손을 봐준다.
        그덕에 그곳의 정경을 한번 더 음미해 볼수있기에 여유삼아, 그 핑계삼아 나들이
        를 하는것이라 보는것이 더욱 타당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녹차 한잔 얻어 마시며 원장선생과 건물의 유지관리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이 건물을 지으면서 숱하게 오르내리던 혈구산 계곡에 차를 대고 트렁크에 실려
        있는 등산화로 바꿔 신었다.
        겨울이 되어 등산로에는 낙엽이 휩쌓여 서석거리며 밟히고, 계곡엔 얼음빙벽이
        더깨더깨 덮이어 물흐르는 소리마져 덮어 버렸다.
        군데 군데 눈밭엔 고라니와 산토끼의 발자국이  사랑놀이를 하였는지 어지럽게
        흩어져 나를 유혹한다.
        한번 발자욱을 쫓아 들어가볼까 하고 마음은 댕겼지만 늦은시간이 아쉬워 다음
        으로 미루어 놓았다.
        산새들의 지저귐과 시원한 솔바람이 낙엽 밟는 소리와 어루러져 조용한 산속의
        향연을 느끼기에 홀로 하는 산행의 맛을 더욱 깊게 한다.



        오후 네시가 되어서야 눈밭을 헤치고 저녘노을을 바라보려는 산행인의 발길이
        강화 마니산보다 2M 낮은 혈구산 정상에 올랐다.
        산 아래로 옅은 안개가 자욱하여 노을진 석양은 구경할수 없기에 인적없는 정상
        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하산길로 들어섰다.
        어쩌면 나는 마니산 보다도 더 정감이 드는 산이기에 이 혈구산을 자주 �O는다.
        인적도 드믈고, 칡캐는 심마니도 볼수있고, 운 좋으면 고라니새끼도 볼수있으며
        계곡을 뒤지다 보면 가재와 피라미 그리고 머루와 다래, 드릅나무에 뽀로수까지
        자그마한 산속에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많은것들이 숨겨져 있다.



        하산하여 오늘이 강화 장날이라는 원장선생님의 말을 듣고 시장엘 들렀다.
        파장할때가 되어 짐을 싸는 장삿군도 있었지만, 풍물시장안으로 들어가서
        호박 고구마 한상자를 구입하였다.
        일흔넷의 강화할머니의 구수한 강화 사투리에 옛날 연속극중 강화도령의
        양순이를 기억하며 고구마 한개를 칼로 깍아 입에 베어 물었다.
        달짝지근한 맛이 혀끝을 녹인다.



        계획에 없었던 산행과 장날구경...
        삶이란 이런것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가까운곳에서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느낄수 있는데도 그것을 못느끼며
        쫓겨가며 살아가는것이 답답하기도 할때 마냥 걸어 가다보면 길이 있는데도
        잊으며 살아 가는것은 아닐까???
        혈구산의 산바람이 지금도 느껴진다.
        강화시장의 장삿꾼 할머니 모습이 눈에 어린다.

                                          2007.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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