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산

성주산(만수산)산행기...

푸른나귀 2007. 6. 24. 18:00

    지난해에는 수험생을 아들로 둔 죄로 꼼짝없이 마눌님과의 여행을 함께 할수 없었기에
    마눌님 따로 내 따로의 여행으로 대신 하였었다.
    더군다나 어머님의 불편하신 몸과 아이들 학교 수업때문에 부부가 함께 집을 비운다는
    것은 우리 부부 스스로가 자제하고 억눌렀었는지도 모르겠다.
    올해부터 꼭 함께 여행을 하자고 다독였었지만 아들놈 입시 실패후 차일 피일
    미루던차에 더 늦으면 �i겨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과감하게 실행에 옮겼다.
    이리저리 인터넷으로 어디로 향할것인지 궁리하다가 친구들의 성주산 사진을
    바라보며 고향냄새 맡으려 마눌님에게 숯가마며,온천욕이며 좋아하는 말들을
    미사여귀로 꾸며 그곳으로 정하였다.
    마눌님은 수도없이 다녀본 내 고향쪽으로 여행지를 정하면 보편적으로 싫어한다.
    나는 언제든 그곳에 머리를 두고있지만, 분명 마눌님이나 자식들은 내가 느끼는
    정서의 이해를 요구하기엔 무리인것을 나도 알고 있다.



    이른아침 아이들을 챙겨주고 부모님께 양해를 얻고 서해안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집안의 살아가는 이야기며, 마눌님의 가게 손님이야기며, 이웃집 이야기까지
    차창밖 고속도로 주변에 펼쳐진 푸릇한 논과 밤꽃으로 누렇게 물들은 산야를
    바라보며 이야기꽃을 피우니 마눌님은 마냥 어린아이 같이 즐거워 한다.
    성주터널을 빠져 나와 화장골에 들어서니 날씨가 흐릿하다.
    휴양림 관리사무소에 들러 통나무집 한채를 예약하니 우리 한집뿐이었다.
    짐을 옮겨놓고 등산복차림으로 바꿔입고 산행길로 나섰다.



    아들녀석 데리고, 딸년을 데리고, 또 나홀로 수도없이 오르던 산길을 오늘은
    마눌님과의 동행이니 어찌 산행길을 잡을까 망설이다가 숲속의 집 사이로
    이어진 능선길을 택하여 계곡으로 내려오는 길을 택하여 출발 하였다.
    예전에 비하여 등산로는 잡풀들로 많이 가려 있었지만 제법 정비가 되어
    산책 하기엔 별로 불편이 없었다.
    사삭거리는 풀잎소리에 귀 기울여보니 살모사 한마리가 지나간다.
    꿩의 짝 찾는 소리이며, 산비둘기의 울음소리가 흐르는 땀을 씻어준다.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의 흉터를 바라보며 송진채취에 대한 역사를 말해주고,
    광산으로 인한 능선이의 붕괘현상을 말해주니 신기하게 생각 하는 모양이다.
    두어시간 오르는길에 쥔없이 누어있는 무덤을 바라보며 마눌님은 생각이
    깊어지는듯 이것 저것을 물어온다.
    고사리와 고비의 차잇점, 취나물과 나물의 종류, 두릅나무와 땅두릅의 모양새,
    참옻나무와 개옻나무의 구별법등 이것 저것 뭍기에 대답하기 바쁘다.



    정상의 정자에 올라 펼처진 시민동 계곡과 옥마봉 철탑을 바라보며,
    올봄 성주산 종주 할때 옥마봉에서 장군봉 조금 못미쳐 먹뱅이 고개까지
    일곱시간의 산행길 능선을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하니 입을 벌린다.
    한참동안 정상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하산길로 접어 들었다.
    옛광산길은 잘 가꾸어져 하산하기엔 별 어려움이 없었다.
    지랑풀을 뽑아 자근자근 씹어 보고, 산뽕나무에 매달려 까맣게 익은 오디도
    입술이 시커멓도록 따먹어 보았다. 벗나무의 버찌도 손으로 잡아주어
    따 먹기 좋도록 해 주니 마냥 어린아이나 진배 없다.
    계곡아래에 내려와 계곡물에 발담그고 피로를 풀어주매 다람쥐가 주변을
    노니면서 우리의 눈치를 보기가 바쁘다.



    베낭을 벗어 숙소에 두고 간편한 복장으로 저녘나절에서야 조각공원에 들렀다.
    매표소의 아주머니가 여섯시에 허브공원이 문닫으니 먼저 구경하랜다.
    수많은 종류의 허브가 향을 발산하니 어지럽기까지 하다.
    갖은 물고기의 유영을 바라보며 허브에 코를 들이대며 맡아보고,
    허브차 한잔을 얻어 마시니 산행으로인한 피로가 말끔히 없어지는것 같다.
    스위스산 허브차를 딸내미를 위하여 한통 사들고 조각공원을 구경하였다.
    약간 시간이 촉박하여 대충 구경하고 다음번에 다시와 구경하기로 하고
    숯가마 찜질방으로 향하였다.



    샤워를 하고 마눌님과 같이 숯가마에 들어가보니 내 생전 처음으로 가마속을
    기어 들어 가 보았는데 서울의 아줌마들이 먹거리 싸들고 원정 다닌다는 말을
    이해 할수 있을것 같았다.
    흠뻑 쏟은 땀을 밖으로 나와 시원한 바람에 식히니 과연 모든 시름까지 날려 버린다.
    몇 차려 더 들락날락 뎁히고 식히고 마눌님은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눌님은 더 하도록 내버려두고 나는 숯가마 종업원과 숯의효능, 언제 오픈하였는지,
    손님이 많은지,어떤방법으로 이용하는것이 좋은지, 화장골 계곡의 옛날 이야기등으로
    마눌님의 숯가마 일정을 기다렸다.



    시골의 밤은 일찍 �O아온다.
    여덟시나 돼서야 주변 식당에 가서 배를 채웠다.
    성주삼거리 슈퍼에서 캔맥주 두개를 사가지고 휴양림에 들어서니 깜깜하다.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온 계곡을 수 놓는다.
    한밤에 짝을 �O는 산새의 울음 소리도 정에 겹다.
    그렇게 밤새워 개구리와 산새는 울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 마눌님 잠자는 모습을 바라보고 살며시 빠져 나왔다.
    산책로를 따라 서성이며 홀로 오르다 보니 동네분 몇이서 올라온다.
    시비의 싯귀를 보면서, 축축히 젖어드는 안개비를 맞으니 센티멘탈 해진다.



    아침 식사후 청라 선영을 들러 소주한잔 부어 드리고,
    광천의 시장에 들러 처갓집과 우리먹을 젓갈들을 사고,
    수덕사에 들르니 비가 더욱 내린다.
    마눌님과 우산하나를 받쳐들고 대웅전에 들어가 부처님께 기도 드렸다.
    서울로 오르는길에 마눌님은 행복에 젖어 드는것 같았다.
    한 두어달은 밖에서 죄를 지어도 용서를 해줄것 같은 착각에 빠져 든다....



                            2006.06.22.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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