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옆엔 감나무 한그루와 모과나무 한그루가 서 있다.
윤택이 반들거리는 감나무잎 사이로 씨알이 제법 굵어가며 매달린 감들을 보니
갬발동네 우리집 어귀의 아랫동네집 감나무가 생각이 난다.
돌무더기 쌓여있는 논둑길은 우리들의 놀이터였고, 주욱 늘어선 감나무는
나무타기의 연습장이나 진배없어 늘 오르락 내리락 하기에 시간가는줄 몰랐었다.
논에 물대어지고 모심기가 시작되면 감꽃주워 실에 꿰어 목에걸고, 하나씩 입에
넣으면 달짝지근한 맛에 가난한 농부 자식들의 간식거리가 되었다.
벼들이 무릎정도 크기로 자라면 감나무의 감도 푸릇하게 수도없이 매달린다.
저녘밥 짖는 연기가 온동네를 휩싸이고,어둠이 내려 앉을때 악동들 하나둘
모여들어 그 감나무에 올라탄다.
감이 많이 매달린 감나무 가지를 꺽어 매어달아 놓으면 다음날엔 떫은기가
사라지고, 달큰하게 되어 사내녀석들은 감나무에 올라타고,계집아이들은
논바닥에 떨어져 울거진 감들을 �O아내다 거머리에 물리기도 하였다.
지금 생각하여보니 우리집 감나무는 놔두고 아랫동네집 감나무에 올라타면서
그집 할아버지의 호령에 도망질 하였는지 알수없다.
하기사, 우리 모두 그렇게들 커 왔을것이다.
개울 건너 언덕에 모과나무 한그루가 서 있었다.
못생기고 누런 모과나무의 모과가 행여 한밤중 바람에 떨어지지나 않았는지
아침 일어나자 마자 달려가보면 벌써 다른아이들이 다녀간 후이다.
아쉬워 돌 몇개 주워들고 노란 모과를 향해 돌팔매질을 해 보건만 주인집의
야단스런 고함소리만 들을뿐이었다.
시큼한 모과향을 기억하곤 침만 넘길뿐이었다.
장마비가 이제는 멈추려는지 하늘이 걷이는것 같다.
빈 현장을 지키며 담배한대 피우려 밖으로 나오니 감나무와 모과나무가
보이기에 회상해 보았다.
모과나무의 꽃이 조그마하면서 붉은색이 감돌며 노란색을 함유한
아름다운꽃임을 여기서 알았다.
왜 그때는 감꽃이나 모과꽃의 아름다움을 몰랐었을까???
2006.07.28.Sun.
'짧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위야!!! 게 물러 섯거라!!! (0) | 2007.06.24 |
---|---|
소시민의 여름나기... (0) | 2007.06.24 |
여름휴가 어디로 떠나시는가??? (0) | 2007.06.24 |
사랑(이)을 보내면서... (0) | 2007.06.24 |
장마끝을 바라보며... (0) | 2007.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