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사랑(이)을 보내면서...

푸른나귀 2007. 6. 24. 18:06




         병역문제,이성문제,진로문제,가족에 대한 희생까지도 생각하고 고민하며 방황하던 시절에
         너는 내게로 사랑이란 이름을 달고 찾아왔다.
         교정 담장아래 친구들과 해바라기를 하면서 검은운동화에 눈을 내리깔고 명확한 정답이
         없는 인생길에 대한 두려움에 어깨처진 내 젊음을 위해 너는 내게로 살며시 다가왔다.



         내몸 한구석에 무엇에 의하여,무엇을 위하여 그대가 자리잡았는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그대와 지금까지 내몸에 간직하고 여지껏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좁은 구석에 똑바로 잘 나지도 못하고 비스듬히 자리하여 이웃에게 피해를 주면서도
         왜 네 자리를 꿋꿋하게 지켜 나왔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삼십여년간 그 자리에 있으면서 내 사랑하는 여인의 달콤한 입술을 훔쳐 보았고,
         내 좋아하는 음식들의 맛과 향을 같이 즐기기도 하였고, 내 더러운 언어들을 지켜 보면서
         충언 한마디 하지않은 너를 어찌 지금까지 같이 하였는지???



          혹시 모른다...
          내 얄궂은 언행에 제지를 하기위해 이따금 통증으로 나에게 경고한것인지도...
          통증을 느낄때 마다 너를 없애버릴려고 마음을 먹었다가도, 몇일 지나면 아무렇지도
          않은양 디시금 조용해져 나의 그생각을 뒤로 돌려 놓기도 하였으니 너의 생존능력은
          과연 대단함을 인식하게 한다.



          결국 삐딱하게 자리한 한놈은 작년에 이웃과함께 말살시켜 버리고, 어제서야 나머지
          한놈마져 없애 버리니 시원하고도 섭섭하다.
          네 정녕 나는 모르지만 조물주가 분명 필요에 의하여 내게 보내졌을 터인데, 이젠
          사랑이란것이 필요없는 나이가 되어선지 가차없이 보내게 된다.

 

          쟁반위에 올려진 너의 모습을 보니 붉게 물들은 너의 얼굴에 튼실한 하얀 몸뚱아리를
          바라보며 작별을 고 하려하니 아쉽기도 하다.



          내몸 한귀퉁이에서 내 젊은시절의 사랑을 바라보며 비웃었을 너를 떠나 보낸다.
          이따금 네가 없는 빈자리를 허전하게 생각하며 너를 그리워 할지도 모르지...
          사람들은 말하였다. 아무 쓸모도 없이 태어난것은 빨리 없애는것이 좋다고...
          하지만 나는 그래도 여지껏 너를 내쫓지 않은것은 네게는 큰 행운이었다는것을
          기억하고 조용히 잠들게나...
          사랑니의 사랑은 떠났어도,가슴속 깊이 숨겨놓은 사랑은 버리지 못한다.



 

                                          2006.07.21.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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