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간이 배밖으로 튀어나온 남자...

푸른나귀 2007. 6. 24. 17:54


         어제는 서울에 볼일이 있어 느긋하게 마눌님이 챙겨주는 아침을 먹고 집을
         나왔다.
         혹여 월드컵 중계를 집에서 볼 요량이라면 아랫층 거실에서 조용히 보라는
         마눌님의 말에 밖에서 호프한잔 하면서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뒷말을
         달고 나온 터였다.



         하루일과를 마치고,더위에 지친 몸을 친구가 불러주니 여간 고맙지가 않았다.
         전철을 타고 부평역에 내리어 호프집에 들러 이런 저런 이야기로 몇순배의
         호프잔이 가슴으로 타고 내리니 온몸이 시원하고,마음이 즐겁다.
         아홉시까지 마시고 집으로 향하여도 축구 중계는 충분히 볼수있으거라
         생각하면서 여유롭게 즐기고 있는데 손전화로 마눌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약간은 코맹맹이소리에 비꼬는듯한 투정어린소리가 문뜩 뭔 잘못된 일이
         있나보다 하고 머리속을 굴릴적에 오늘이 무슨날인지 아느냐고 따지는듯
         되물어온다.



         유월 십삼일...
         우리집 안방달력에 빨간매직으로 동그라미 쳐진날이건만 올해도 무심결에
         그냥 지나치게 되어 버렸다.
         달력에 집안경조일을 동그라미치면서 올해엔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었건만 결국 도루묵이 되어 버렸다.
         결혼기념일날 따놓은 점수를 겨우 한달이 좀 지나 깎아 먹히게 되었다.
         아침먹을때 미역국을 먹었는데 이 무민한 남편은 마눌님의 생일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것이다.



         전철을 타면서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에게 전화를 해서 꽃한송이
         부탁하고, 딸년에게 전화를 하니 학원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집앞에 도착하여 조그마한 케익하나와 삼페인 한병을 사드고 집에 들어서니
         온 가족이 모여 있었다.



         샴페인 한잔에 마음을 달래주고서 간신히 간을 배 안으로 밀어 넣었다...


                                2006.06.14.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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