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함흥 고리백정의 손자구 양주 쇠백정의 아들일쎄.사십평생에 멸시두 많이 받구 천대두 많이 받았네. 만일 나를 불학무식하다구 멸시한다든지 상인해물한다구 천대한다면 글공부 안한것이 내 잘못이구 악한일 한것이 내 잘못이니까 이왕 받은것 보다 십배,백배 더 받드래두 누굴 한가하겠나. 그 대신 내 잘못만 고치면 멸시 천대를 안 받게 되겠지만 백정의 자식이라구 멸시 천대하는건 죽어 모르기전 안받을수 없을것인데, 이것이 자식 점지하는 삼신할머니의 잘못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가문 하적하는 세상 사람의 잘못이니까 내가 삼신할머니를 탓하구 세상 사람을 미워할밖에. 세상 사람이 임금이 나 보다 잘났다면 나를 멸시 천대하더래두 당연한 일루 여기구 받겠네. 그렇지만 내가 사십평생에 임금으루 쳐다보는이 몇을 못 보았네. 내 속을 털어놓구 말하면 세상사람이 모두 내 눈에 깔보이는데 깔보이는 사람들에게 멸시 천대를 받으니 어째 분하지 않겠나. 내가 도둑눔이 되구싶어 된것은 아니지만, 도둑눔 된것을 조금도 뉘우치지 않네. 세상 사람에게 만분의 일이라두 분풀이 할수있구 또 세상사람이 범접못할 내 세상이 따루 있네. 도둑눔이라니 말이지만 참말 도둑눔들은 나라에서 녹을먹여 기르네. 사모쓴 도둑눔이 시굴가면 골골이 다 있구 서울 오면 조정에 득실득실 많이 있네. 윤원형이니 이량이니 모두 흉악한 날도둑놈이지 무언가. 보우 같은 까까중이까지 사모쓴 도둑눔 틈에 끼어서 착실히 한몫을 보니 장관이지. 이런말 하자면 한이없으니 그만 두겠네. 자네가 지금 내 본색을 안바에는 인제 자네하구 작별인데, 이세상 다시 만날는지 모르는 마지막 작별에 말없이 일어서기가 섭섭해서 내 속에 있는말을 대강 하네. 그러구 내 종적을 자네가 헌사할리는 만무하지만 혹시 한두사람에게라두 말한것이 드러나면 오입쟁이 임선달 대신 도둑눔 괴수 임꺽정이가 자네를 보러 올지는 모르니 그리 알구 조심 하게." 벽초 홍명희선생의 임꺽정8편(화적편)의 한 줄거리이다. 임꺽정이가 지금의 청계천 부근 소홍의 기생집에서 자신을 밝히는 대목이다. 휴일날 사무실에 앉아 흐릿한 눈으로 책을 읽다보니 어쩌면 우리의 현시대를 거울로 비춰보는듯, 역사의 물줄기를 보는듯 하다... 휴일날 멋적어 남의글 카피해 보았다. 2006.06.04.Su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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