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어찌 변하였는지 모르겠지만, 사직공원안에는 도서관이 있었다.
한참동안이나 긴줄을 서서 기다리다 그냥 돌아서기 일쑤이기에
헛탕 치치 않으려 방과후엔 참으로 열심히 뛰어 갔었다.
겨우 한자리 차지하고 내 읽고 싶어하던 책을 대출 받아 그 속에 빠져들면
사서들이 쫓아 낼때까지 꼼짝하지 않고 꿈의 나래를 펼쳤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우연히 그 시절 소설책을 끼고 다니던 소녀들의 친구가
아줌마 되어 내 앞에 나타나니 새록히 정이 깃든다.
벌써 십여년의 세월이 흘러 서로 친구처럼 형제처럼 지내오게 됨을 자랑한다.
이성간에 우정이 존재 하지 않을거라고 그 시절엔 아웅다웅 했었건만
그것은 그때의 무의미한 언쟁이었을 뿐이라 생각된다.
노동절인 어제 아침...
현장에 들러 호박구덩이 무사한지 확인하고 축령산 산행을 위해 출발하였는데
올림픽도로가 평일에 비해 한가해서 수월하게 마석까지 도착 하였다.
공해물질 업체라고 매냥 데모판이 되었었던 원진 레이온 자리엔 수도없는
아파트 군락으로 변하였고,골짜기골짜기마다 공장 아니면 음식점과
까페,모텔로 변하여 옛정서가 사라졌지만, 그 시절 그대로인 산자락의
산 벗꽃을 바라보며 친구들과 담소로 잊혀진 시절을 이야기 한다.
마석에서 수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외방리를 향해 달리다 보니
산 비탈이란 모두 깍아내어 팬션을 짖느라 야단이다.
건설 기술인의 한사람으로써 씁쓸한 미소만 입가에 뛰울뿐이다.
개울을 끼고 축령산 휴양림까지의 길은 모두 장난감같은 팬션과 음식점들로
못마땅 하였으나 논농사를 위한 서래질한 논을 바라보며 위안을 삼는다.
주차장에서 부터 등산로를 따라 독수리 머라를 닮았다는 수리바위,
남이장군의 역사가 어린 남이바위,깍아지른듯한 능선을 따라 이제사
진달래꽃 피기시작한 산길을 힘들여 오르는 길에 바람도 시원 하다.
888.2 고지 정상에 오르니 두시간 반의 산행길이다.
계곡 저 밑엔 십여년전 내 손때가 뭍은 정신병원 건물이 보이고,
매년 마눌님과 두릅따러 다니던 계곡과 능선이들이 펼쳐저 있다.
수백년이나 나이들었슴직한 소나무가 듬직하게 서 있다.
절고개로의 하산길엔 갖가지 야생초에 눈길을 빼았겨 발길을 멈추게 한다.
잣나무의 휴양림길은 폭신폭신하여 발바닥의 촉감을 머릿속으로 전율케 한다.
계곡물에 발담그고 새소리 들으니 예가 무릉도원이라 생각된다.
하산길 비록 나물은 뜯지 못하였어도 마음만은 풍족하다.
벗이 옆에 있으니 막걸리 한주발에 흥이 절로 난다.
네댓시간의 산행으로 마음을 비우고 내려오니
부쳐가 따로 없다는 어느 스님의 말씀이 기억된다.
낼 모레가 부처님 오신날인데 우리 친구들 산행한번 하면서
숨 한번 크게 들이 쉬고 마음을 비워 봄이 어떠신가???!!!
2006.05.02.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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