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을 들어서면서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우리를 반겨준다.
교정을 지나 운동장으로 나오니 주변의 느티나무들이
예전 그대로의 자리에 꿋꿋히 그곳을 지키며,
그옛날 이 운동장에서 뛰놀며 재잘거리던 그 악동들이
중년의 희끗한 머리카락을 숨기며 돌아옴을 무수히 많고 작은
이파리를 모아 환영하듯 흔들어준다.
이제는 그 운동장도 좁다란 마당이 되어 기억속의 대운동장이 아니었으나
그래도 그자리 그곳에 우리의 어린시절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에
운동장 주변을 서성이면서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과 웃음을 나눌수 있었다.
밤나무밭 중턱 약수터에 올라 막걸리 두어잔을 들이키며 목을 축이고
태호,정재,윤성,계병이...순옥,일순,기순,충기,정순,원희,혜자,명옥이...
가파른 숲길을 당겨주고 밀어주면서,
짊어진 짐의 무게에 힘들어하면 나누어 메고 들어주면서,
그옛날 갬발저수지로의 소풍을 기억하며
가쁜숨을 몰아쉬며 중계탑까지의 산행길이 이어졌다.
중턱 능선이에 이곳을 터로잡고 살다간자의 보금자리 유택이 있기에
그 후손들은 한해 한번이라도 �O아 올런지 모르기에 대신 목례를 올리고,
그 앞 잔듸밭에 앉아 땀을 식히며 청고을을 바라본다.
황금물결이 출렁이는 벌판을 가로질러 징검다리를 건너고,
물레방앗간 옆을지나 원무루 학교로 향하는 악동들을 그려본다.
고을고을에서 책보를 둘러메고 무리무리지어 신작로를 따라
검정 고무신 끌고 뛰어가는 친구악동들도 그려본다.
옛날 우리의 아버지들이 나뭇지게를 짊어지고 다니던 산길을
아버지의 나이가되어 그길을 지나면서 살아온 이야기와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웃음을 자아내는 친구들의 재치에 산행의 힘듬을 잊고
길섶에 숨어핀 도라지와 잔대의 보랏빛 꽃을 바라보는 여유와
좌우로 펼쳐지는 청고을 구석구석을 살펴 보며 고을에 대한 서로의
지식들을 들어볼수 있었기에 더욱 가치가 있었다.
아름드리 소나무의 송진채취 흔적이 우리 어깨의 우둣자욱처럼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남아 성주산을 말하고,
바윗돌의 둥그스름한 돌들은 억겁의 세월을 말하여 준다.
장군봉에 올라 표효를 하며 펼쳐진 우리의 청고을의 정기를
듬뿍 받아 마시며 그시간이 멋길 바란다.
푸른 껍질속 검은 산초열매를 손에부벼 냄새를 맡게 해준 친구도 있었다.
산속 옹달샘의 물을 떠 마시던 멍가잎의 빨간멍가를 사진찍은 친구도 있었다.
개옷나무의 붉은 단풍이 아름답다는 것을 아는 친구도 있었다.
길섶 가늘고 길게자란 풀에서 지랑풀의 추억을 떠올린 친구도 있다.
장군봉에서 던진돌이 새터 개울가에 괸돌이 되었다는 말을 한 친구도 있었다.
성주산 종단을 기약하자던 친구도 있었다.
힘에 부쳐 중단하려다 끝까지 같이한 친구도 있었다.
하산길에 넘어져 아파하면서도 걱정될까봐 웃음을 잃지 않은 친구도 있었다.
주머니 주머니마다 쏘줏병을 담아 정상까지 한숨에 달려온 친구도 있었다.
친구들을 위해 밤까시에 손가락을 찔리며 밤을 주운 친구도 있었다.
같이 오르려다 사정상 하산한 친구도 있었다.
대천고등학교엔 아줌마들이 없어 재미없었다고 후회한 친구도 있었다.
청라초등학교에서 우리를 기다리려다 버스가 그곳을 지나치지 않음에
아쉬워한 친구도 있었다.
같이 하지못한 친구들....
이 모두가 한울타리에서 뒹굴었기에
검은머리 파뿌리 되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때까지
너니 내니 친구인 것이다!!!
이다음 언제 모든 친구들이 모여 성주산 종주를 다시한번 시도해 보자꾸나!!!!
2005.10.10.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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