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월요일 아침...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전라도땅을 처음으로 달려 보았다. 고향길을 가느라 대천까지는 눈에 한껏 익어 익숙한 길이였지만 그 아래로는 참으로 새로운 길이기에 좌우를 바라보며 운전하느라 추월선은 들어 가보지도 못한것 같다. 어느샌가 금강의 하구언을 보지도 못하고 전라땅에 들어서니 광활한 평야에 푸릇루릇한 보리싹들이 메마른 땅들을 채색해 놓아 겨울임을 인지 시킨다.
변산반도를 향해 지도를 보며,표지판을 보며 무안읍내를 빠져 나가니 멀리 평지의 끝이 보이고, 높다란 산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좁은 이차선 도로를 마냥 달리다보니,바다의 한자락이 보이고 해안선을 따라 꼬불꼬불한 길이 마치 동해안 해변을 달리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단군이래 최대의 역사라는 새만금 간척지 사업은 환경단체의 반발로 인하여 주춤하고 있지만 방파제를 따라 달려보니 인간의 자연에 대한 도전은 정말로 대단함을 알수 있겠다. 작년엔 원전시설 유치 반대로 무안의 곳곳에 반대낙서들이 흉흉하게 휘갈려 있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착찹하게 들어선다. 어디엔가는 들어설수�씩� 없을텐데 내 앞마당은 싫으니...
내소사의 절마당에 들어서면서 속으로 탄성을 자아냈다. 바위산으로 둘러쳐있는 아늑한 가람을 보니 백제시대의 스님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 불법을 수련하기엔 참으로 좋은 자리이니 그들이 부러운 생각이 든다. 그시절 명당자리를 돈주고 구입하지는 않았을 터이니 말이다. 그저 지팡이 꼿고, 그곳에 안주하면 내것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니... 대웅전 부처님께 삼배를 드리고 큰 호흡으로 그윽한 산사의 공기를 아낌없이 들이 마셨다.
해안가 채석강에 들러 벼랑높이 쌓여 있는 책들을 보니 수많은 책들을 한 순간에 모두 읽어 볼수 있기에 떨어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말없는 기원을 빌어 보았다...
바닷가 어느 횟집에 마누라와 둘이 마주 앉아 백세주 석잔씩 풍성한 전라도 밑반찬에 싱싱한 횟감으로 어두워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얼굴에 취기가 오름을 느끼며, 이제는 숭늉같은 구수한 사랑을 이어갈수 있도록 건배를 들었다....
2005.02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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