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흔적따라

제174편 ; 무염국사 공부길 따라 떠나는 답사(4. 서안 지상사)

푸른나귀 2023. 10. 23. 20:16

1. 들어가며

 

  서안(西安)은 당나라 시대의 도성 장안(長安)이다.

  대륙의 중원은 산물이 풍요로워 관내 토족들의 군웅할거와 이민족들의 침탈로 평화로웠던 시기가 별로 없었지만, 당나라가 수도로 삼으면서 한동안 인접 국가는 물론 멀리 유럽까지 실크로드가 연결되어 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문화와 문명의 중심지인 국제도시로 거듭나게 된다.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도 티벳을 거쳐 중국대륙에 꽃을 피우고 다시 아시아 대륙의 곳곳으로 전파되게 되었다. 당과 신라의 연합으로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하고, 한반도는 신라와 발해라는 남북국시대를 맞이하게 되지만, 아쉽게도 신라와 발해는 한민족이면서도 교류가 소원하게 되어 각기 당과의 교류를 하면서 경쟁의 대상으로 삼았다.

 

 신라의 왕족과 상층부 자식들은 종교인과 유학생으로 당의 선진문물을 배우고 익히기 위해 험난한 뱃길에 몸을 맡겨야만 했다. 신라인 장보고(785~846)는 당나라에 유학을 하다가 신라인들이 당의 해적들에게 노략질 당하는 것을 보고 청해진에 진을 세워 당과 신라, 왜를 잇는 해상무역로를 개척하였고, 고운 최치원(857~?)이 유학길에 올라 874년에 빈공과에 급제를 하고 885년에 귀국을 하기도 하였다. 한반도에 화엄종을 최초를 일으킨 의상(義湘, 625~702)은 661년에 원효(元曉, 617~686)와 함께 중국 유학길에 올랐지만, 가던 길에 해골물의 일화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원효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깨달음을 얻고 돌아서지만, 의상은 중국 화엄종의 제조였던 지엄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공부를 하고 돌아왔다. 

 

 지상사(至相寺)는 멀리 대평원 위에 세워진 장안(서안)이 내려다보이는 종남산 기슭에 세워진 도량이다.

 지상사가 위치한 산골마을은 큰도로에서 한참이나 들어가야 하는 좁고 가파른 어섪은 포장도로라서 특별히 대절 승합차를 타야만 한다. 올라가고 내려가는 차량이 마주치면 한동안 빼고 비키면서 곡예운전 속에 승강이를 나눠야만 하였다. 골짜기와 산능성이 곳곳에 도교사원과 불교사원이 혼재하여 신앙의 중심축으로 당나라 시대 뿐만아니라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 같다. 중국인들은 매월 초하루면 사원에 들러 향을 올리는 풍습이 있어 지상사 가는 길이 더 혼잡하단다.

 

 당풍(唐風)스런 지상사의 입구에 들어서니 마당에 화엄종의 비조인 두순, 2조 지엄, 3조 법장을 기리는 비가 세워져 있고 대웅보전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으로 '의상대사화엄수학 기념비'가 2007년에 모대학에서 세운 것을 발견하였다. 기단과 갓은 중국스럽지만 몸체는 오석으로 보령의 돌이 아닐까하는 반가움이 앞섰다. 대웅전의 삼존불은 여태껏 중국절에서 보아온 점토로 만든 불상이 아니고 눈에 익숙한 금동 불상이다. 집에 돌아와 사진을 자세히 보니 동불상이 아니라 점토불상에 금칠을 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였다. 하기사 점토든 금동이든 사물이 중요한게 아니라 믿음이 중요한 것이리라. 대웅보전 뒤로 허리둘레가 세 아름이 넘는 수령이 1,500년 되었다는 회화나무가 높은 키를 자랑하고 있었다. 산술적으로 의상대사가 이 절에서 수학하던 시절의 수령이 140살이라고 계산이 되는데, 이 나무는 의상대사가 수도하는 모습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무염국사 역시 이 나무의 그늘에서 학업에 지친 마음을 달랬을 것이다.

 

 의상대사가 이 절에서 수학을 한 160여 년 뒤에 무염국사는 지부산록에 도착하여 종남산 지상사로 찾아왔다. 무염국사가 당나라에 오기 전에 영주 부석사에서 화엄을 익혔기 때문에 화엄공부에 실망을 하고 있을 무렵, 얼굴이 검은 노인(眞鑒慧昭)이 다른 길을 모색해보라는 권유로 선종 수행에 들어가게 된다. 지상사를 떠나 여러 곳을 다니다가 향산에 있던 불광여만을 만나게 된다. (보령문화 제28집, 보령문화연구회, 2019, 279~322쪽, 성주사 무염국사의 구법행로 답사(신재완) 참조) 

 @ 무염국사 공부길 따라 떠나는 답사기는 4편으로 '보령의 흔적따라'에서 마감하고, 그 외의 여행기는 '지역외 유적지 탐방'에서 이어갑니다. 

 

  

   @ 종남산 지상사(至相寺) 정문

   @ 지상사 정문의 뒷편 현액엔 화엄종풍(華嚴宗風)이라 쓰여있어 화엄종의 본산임을 말해준다.

   @ 측면에 세워진 누대와 뒷문

   @ 경내 중심부에 위치한 대웅보전

   @ 대웅보전 앞 좌측에 위치한 가람전(伽藍殿)

   @ 대웅보전 앞 우측에 위치한 문수전(文殊殿)

   @ 대웅보전에 모셔진 삼존불상

   @ 법당

   @ 법당에 모셔진 불상

    @ 한국의 어느 불자가 세운 '의상대사화엄수학 기념비'

   @ 의상대사가 이곳에서 수학할 당시에도 살았던 회화나무, 수령 1,50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