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

애장터

푸른나귀 2020. 10. 4. 19:10

 

 

 

찔레꽃 하얗게 구름 피워

여린 순을 내어주고,

무덤 가 삘기에 달큼한 물이 오르며

시큰한 시엉 풀이 우릴 유혹할 때,

엄니는 뒷산 모퉁이를 가지 못하게 말렸다.

 

품에 안은 어린 자식

거적에 둘둘 말아 아비의 지게를 타고

찔레꽃 내음 가득한 그곳에 내려졌다.

돌멩이 하나 눌러놓고

표적으로 삼았다지만,

밤마다 들려오는 아기의 울음소리에

엄니는 그곳을 가지 못하게 말렸다.

 

그 아이 때문에

어미의 젖가슴을 빼앗겼다.

그 아이 때문에

할머니의 빈 가슴만을 차지했다.

 

한 갑자 지난 건너편

대고모 할머니의 품에서

그 아이와의 헤어짐에

그렇게도 울어댔던 조각이

산모퉁이 덤불 속에 남아 있을 것 같아

 

그곳을 찾아보았지만

돌멩이는 알아볼 수 없었다.

바람은 찔레 향을 떨치고 달려간다.

 

* 시엉 ; ‘시다’의 방언 활용형으로 뜰이나 야산에 자라는 신맛의 풀.

 

 * 이미저리 4호(2021.10) 기고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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