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

석류 꽃

푸른나귀 2020. 7. 13. 17:57

 

파릇함이 퍼지던 나뭇가지 사이

붉은 입술 훔치며

살포시 얼굴 내밀더니

가을 문턱 들어서던 어느 날,

입술 안으로 자수정 이빨을 보이며

날카로운 가시로 무장하곤

속살을 감추듯 보여준다.

 

석류의 붉은 치아가

내 입술을 유혹을 하고

쉽사리 다가서질 못하게 장벽을 치지만,

톡 소리 상큼하게 터지며

신맛으로 사랑의 정열을 대신하는

사랑하고픈 여인의 입술이다.

 

산속에 숨어있는 옹달샘이

젊은 청춘 설레게 하고

숨을 헐떡이게 하는 가슴앓이 불러오듯

석류의 알갱이는

보일 듯 말 듯

보여주지 않는 맛으로

심장에 대못이 박히는

통증으로 내게 다가온다.

 

 

  * 이미저리 4호(2021.10) 기고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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