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글

조 지훈님의 三道酒(수필)중에서...

푸른나귀 2007. 7. 31. 21:38

 

          오늘 달아래 술을 거른다.

          내 손수 따온 머루와 솔잎과 당귀로 빗은 술이다.

          내 앉은키와 가지런한 술독이 아랫목에 앉아있고, 술지개미

          말라 붙은 채도 웃목에 걸려 있고, 달 잠긴 샘물도 동승이 길어왔다.

          두 팔을 겉어 붙이고 주물러 걸러내니 방안에 이미 향기가 가득하다.

 

          조양(造釀)에 동락(同樂)한 침허화상(枕虛和尙)이 한사발 들이킨다.

          뒷입맛 다시는 소리가 북소리 같다.

          영서상통(靈犀相通)으로 청할겨를 없이 들어서는 석규화상(昔規和尙)

          에게 선채로 한 사발 권한다.

          검은 눈동자가 슬며시 옆으로 돌아간다.

          어디보자 나도 한사발. 그만하면 훌륭하군. 회심의 미소가 떠 오른다.

 

                              머루 맛에서 老子가 웃는다.

                              솔잎 맛에서 佛陀가 웃는다.

                              당귀 맛에서 孔子가 웃는다.

 

          머루의 그 깨끗한 맛이며,혓바닥을 몇번 다시는 동안 날아가는

          허무적멸(虛無寂滅), 솔잎의 씹을수록 향내 나는 그 묘미(妙味),

          당귀의 향기는 너무 짙어서 쓰기까지 하되 보혈제로다.

          그러나 이제 걸러낸 술 머루는 어디 갔느뇨, 솔잎은 어디 갔느뇨,

          당귀는 또한 어디 갔느뇨,

 

                               지재차산중(只在此山中)이언마는

                               운심부지처(雲深不知處)로다.

 

 

     서해안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가 행락철 피서인파로 인해 꽉 막힌 아침출근길이었다.

     현장에 들어서니 작업원중에서도 너도 나도 피서를 간다고 소식없이 빠진자도 보인다.

     하기사 남들 놀러 갈때에 일한다고 바둥거리는 내 모습의 잘못이 크겠지!!!...

     작업을 시켜놓고 컨테이너 사무실 책상앞에 앉아 있으니 등에선 땀줄기가 서서히

     흘러 내리는것을 느낄수가 있다.

     확실히 이 더운날에 일한다고 작업자들을 독려하는 내 모습이 잘못 된것이다.

     그들의 작업복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슴을 보고도 모르는척 눈을 돌려 버린다.

     이 더운날, 작업자에게 잔소리 하는것도 그들에게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라 나가질 않고

     보던책을 꺼내 읽던중 이글을 맞이하게 되었다.

 

     요즈음 술에 대하여 많이 생각해 보았다.

     한잔술에 인생의 길을 걱정하고,같이 고민하며 어찌해야 할것인지를 논하였던

     친구들도 이제는 그 본성을 숨기고 무조건 마시고 취하여 잊어 버리는것이

     스트레스 해소라는 명분으로 술을 �O는다.

     술과 인생의 멋과 맛을 음미하며 향에 취하면 좋을텐데 그런일이 없다...

     가슴속에 메인 이야기들을 한잔술에 녹일수있는 그런 사람이 없다...

     담그고 거른술이 아니어도 눈을 마주하며 초롱한 눈빛나눌 그런이가 없다...

     그냥저냥 살아가는 이야기,어부렁 더부렁 이야기...

     한잔 술을 같이하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참으로 무더운 하루였다....

 

 

 

 

 

 

 

 

 

 

'독후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전소설속 역사여행" 신병주, 노대환저  (0) 2007.11.05
몽유도원도  (0) 2007.10.18
마루타(丸木)...  (0) 2007.06.30
"틈새"와 섬(島)그리고線  (0) 2007.06.24
향가 한수 음미...  (0) 2007.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