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백제시대에도 영토 내의 높은 산을 오악(五岳)으로 정하고 하늘에 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백제사회사상사, 노종국, 지식산업사,2010.4) 그에 의하면, 북악(北岳)을 오서산으로 비정하고 있는데, 오산과 오서악은 '烏'자를 공유하고 있으며 백제의 수도 부여에서 보았을 때 모두 북쪽에 자리하고 있고, 오서악의 백제 당시의 이름은 오산이며, 오합사라는 절 이름도 오산과 연계되어 지어진 것으로 보았다. 중국의 중원도 다섯개의 높은 산에 빗대어 북악을 항산(恒山), 동악에 태산(泰山), 중악에 숭산(崇山), 서악에 화산(華山), 남악에 형산(衡山)으로 정하고 황제가 직접 하늘에 제를 지냈다.
산동성 태안시는 지명이 같다는 이유로 충남 태안군과 1997년 4월에 자매결연을 맺어 다양한 교류를 통해 우호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시내에서 버스로 한두시간을 벗어나면 중원의 동쪽 산인 태산에 이른다. 과거 72명의 군왕과 진시황, 전한의 무제, 후한의 광무제 등이 천하가 평정되었음을 하늘에 알리는 봉선제를 거행한 장소로 최고봉은 1535m의 옥황봉이고 198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었다.
태산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산속으로 들어서는 길엔 가을이 깊어가는 길목에서 산촌 사람들이 가을걷이 하느라 여념이 없는데, 그 넓은 중원의 땅에서 왜 비좁은 산골에 들어와 어렵게 농사를 지어야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버스에 내려 케이블카를 타려고 줄을 서는데, 역명이 도화원객운참(桃花源客運站)이다. 무릉도원으로 들어가는 역이라는 말일까? 중국 기차역을 가도, 관광지를 가도, 호텔에 가도 어김없는 여권확인과 안면인식의 절차가 무릉도원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든다. 험준한 산을 타고 건설된 케이블카에서 태산의 비경을 바라보니 탄성이 절로 나오는데, 건너편에 앉은 아주머니의 움찔거리는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천가(天街)라는 문을 들어서자 관광상품을 파는 상점과 사원 관련 건물들이 즐비한 거리가 나오는데 과연 하늘의 거리이다. 중국인들은 어떤 생각으로 이 높은 산 꼭대기에 넓은 도로를 내고, 상점을 만들고, 사원을 존속 시켰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시대적인 추세는 자연 보존을 위해 기도처라든가 상점은 산 아래쪽으로 옮기고 최소한의 유적들은 기존의 상태에서 확장시키지 않고 보전하는 것이 옳은 일인 것 같은데, 최고봉에 설치된 기상대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옥황봉 꼭대기에 세워진 옥황묘(玉皇廟) 사원은 아닌것 같다.
공자가 태산에 올라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아 보이는구나.(孔子登東山而小魯 登泰山而小天下)'라고 한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호연지기를 담아본다. 곳곳의 사원들엔 옥황상제, 관세음보살, 재신 등을 혼재하여 모셔지는 도교, 불교, 민속종교가 한 울타리 내에 상존하고 조화를 이루고 있으니, 이것도 중국만의 특색일 것 같다.
올라오면서 미처 살펴보지 못한 봉선제(封禪祭) 터를, 역대 중국황제들은 어떻게 이곳까지 올라와 단을 만들고 하늘에 제사를 지냈을까하는 궁금증을 저녁에 투숙했던 호텔의 로비에서 미니어쳐로 조금이나마 이해를 하게 되었다.
중국여행객 중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을텐데 한글 안내판이 없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였다.
@ 태산 입구 케이블카 정류장, 도화원 삭도라고 표기되어 있다.
@ 태산 입구에서 케이블카 탑승 입구까지 태산관리당국에 제공하는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전방의 전경
@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후방의 전경
@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천가(天街)라는 상점거리가 나타난다.
@ 천가에서 내려다 본 계곡의 등산로
@ 곳곳에 소원을 적은 붉은 띠지가 나무가지에 단풍처럼 물들었다.
@ 태산 정상부 천가에는 상점들과 도교사원이 무질서한 듯 좁은 땅을 차지하고 있다.
@ 길 건너 바위 밑에 석굴이 기도처로 사용되고 있는 듯.
@ 태산의 정상부는 기상관측소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 대부분의 관광객이 중국인들이었으며 외국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내수시장으로도 관광업이 유지되나 보다.
@ 산등성이에 세워진 사원과 기암들
@ 무너질 듯 아슬아슬하게 홍예문을 한 바위 문.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 태산이 중국의 오악 중 동악(東岳)임을 나타내고, 공자가 ' 孔子登東山而小魯 登泰山而小天下' 라 호연지기를 포효한 장소라는 비(碑).
@ 태산에서 정상에 위치한 옥황묘(玉皇廟) 표지석.
@ 옥황묘에서 내려다 본 사원
@ 옥황묘 오르는 길에 설치한 공등암(孔登岩). 공자가 태산에 오른것을 기리기 위한 표지석.
@ 이곳 호텔 로비에 설치된 미니어쳐. 역대 중국황제들이 태산에 단을 만들고 하늘에 제를 지내던 봉선제(封禪祭)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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