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흔적따라

제168편 ; 청라 의평리 정자제

푸른나귀 2023. 2. 5. 15:31

1. 들어가며

 

    정월 대보름이 되면 마을마다 대동제를 지내던 풍속은 사라지고, 마을회관에서 새해 인사를 하면서 떡국을 나눠먹는 간단한 형식으로 바뀌고 있는데, 그것도 점차 없어지는 추세이다.

 집단 노동력이 필요했던 농경사회에서는 향약이나 두레와 같은 조직이 필요불가결하기 때문에 정월 대보름을 끼고 입춘이 돌아오면 농삿일의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기에 마을사람들 모두 모여 당제, 산신제를 지내며 풍요를 빌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보름날을 설날보다 더 큰 행사로 생각하였다.

 

 고향으로 돌아와 60년 전 정월 보름에 쥐불놀이 하면서 온동네를 뛰다니며 오곡밥을 얻어먹던 추억이 아스라이 생각나서 미리 갬발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지금도 보름 전날이면 중뜸 느티나무에 제를 지내고 달집 태우기를 한다고 하기에 시간을 확인하고 저녁을 마친 후 차를 몰았다. 

 보름달이 떠 오르는 갬발 저수지 아래 의평천 옆에 차를 세우고 의평리 도화동문 석각을 달 빛에 감상을 하고서 마을 안길로 행사장을 향하였다. 60년 전에는 한참이나 뛰어 가야했던 정자나무까지의 길이 이렇게 짧은 거리였나 의심하면서 도착하니 풍물패의 풍악은 그치고 동네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낮에 거친 새끼를 꼬아 솔가지, 고추, 한지를 끼워 느티나무 둘레를 감아 액운을 몰아내고 오방색의 천을 양 옆으로 내려트려 장식을 하였다. 건너편에 솔가지를 끼운 나뭇단을 짚으로 엮어서 달집을 만들었는데, 새끼줄에 소원을 비는 한지들이 즐비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제관들에 의해 제물이 진설되고 제주를 따라 당목(堂木)에 기원드리는 것을 주민 모두가 바라보며 각자의 안녕을 기원하고 있었다. 달집에 불이 붙자 큰 불꽃이 달에 미치는 듯하고 불똥들이 하늘로 용솟음을 친다.

 달집태움을 끝으로 주민들은 제물과 제주를 나누며 한해의 무사안녕을 덕담으로 나누는 것을 보고는 자리를 떳다.

 

 정자나무에 걸쳐진 보름달은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을 터인데, 고무신 신고 불깡통을 돌리던 그 아이는 어디가고, 왠 허름한 초로의 객이 당목에 걸친 달을보며 회한에 잠기는가?

 600년 살아온 느티나무는 그 아이의 뜀박질 소리를 기억하고나 있을까? 

 

 

 

2. 참고자료 

 

    @ 위치 ; 보령시 청라면 의평리 298-2

 

    @ 의평리 마을유래

      의평리(蟻坪里)는 청라에서 가장 큰 마을로 그안에 속한 갬발 마을은 윗뜸, 중뜸, 아래뜸으로 불리며 갬발이라는 이름은 개암밭과 개미벌 두 가지에서 유래 되었다. 개암밭은 1700년 대 거취를 찾던 사람이 개암나무(돌무덤에서도 잘 자라는 생명력이 강하며 고소한 열매(개금)를 가진 나무)가 많은 이곳에 거취를 정하고 개암밭이라고 불렀으며 또한, 개미벌은 고려말 김성우 장군이 왜군을 전멸시켜 그 시체가 개미떼처럼 쌓였다 하여 개미벌이라 불렀다.

 이 개암밭과 개미벌이 합쳐 현재는 갬발이라 불리며 갬발의 동쪽산에 위치한 편마암에는 도화동문(桃花洞門)이라는 암각이 있다. 도화동문이란 복숭아 꽃이 피는 살기좋은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뜻이다.( 의평리 마을유래 안내판 참조)

 

   @ 의평리 느티나무

      의평리(갬발) 마을은 위뜸, 중뜸, 아래뜸으로 나뉘어져, 예로부터 위뜸에서는 당산제를, 중뜸에서는 정자제를, 아래뜸에서는 장승제를 올리고 끝으로 모두 함께 횃불을 밝히는 제를 지냈는데 지금은 정자제만 남아있다. 지금도 마을 주민들은 매년 음력 1월14일 저녁 7시에 이곳 느티나무 아래에 모여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고 있다. 의평리 주민들은 마을의 수호목인 이 나무가 앞으로도 영원히 건강한 모습으로 마을을 지켜주기를 기원하며 정성껏 보호하고 있다. 수종 ; 느티나무, 수령 ; 540년, 수고 ; 21m, 나무둘레 6.9m. (현장 안내판 참조)

 

   @ 의평리 안산 아래 석각인 도화동문(桃花洞門)이 달 빛 받아 훤하다.

   @ 의평리 수호신인 중뜸 느티나무

   @ 정자제에 진설된 제물과 마을 사람들

   @ 정자제를 주관하는 제관들이 준비하고 있다.

   @ 마을의 안녕을 위한 제관들의 제를 지내는 모습

   @ 마을주민들의 소망을 담은 달집

   @ 달집에 불을 붙이는 동네 사람들

   @ 달집을 태우며 소망을 기원하는 동네 사람들

   @ 당목(堂木) 위로 떠오른 정월 대보름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