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타향살이 접고 고향으로 귀향한지 벌써 네 해가 되었다.
틈 나는대로 고향산천을 두루두루 찾아 다니면서 산행길도 마다하지 않았었다.
더구나 고향을 감싸안고 굽이치는 곳곳의 명산도 내 핏줄의 근원이거니 생각하며 발길을 하였는데, 작년 정초에 성주산을 오르다가 문득 ' 앞으로 이 산들을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였다.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오를 수 있는 산이라 생각했었는데, 그날 하산길에 무릎이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육체의 쇄락으로 인한 나이에 의해 어쩌면 이젠 열 손가락도 채 꼽지 못할 것 아닌가하는 두려움이 들었다.
고향을 감싸안은 명산들은 산악인들의 산행기에 의해 인터넷에 많은 소개글들이 있기에 특별히 소개할 것들이 없을 것 같아 내쳐 놓았었는데, 앞으로 더 오르지 못할 지 모른다는 우려속에 고향산의 풍경과 이야깃거리를 엮어서 산행길에 이것만은 알고 발걸음을 했으면 하는 바램으로 올해부터 산행기를 엮어 보기로 하였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몇 해동안 오르지 못한 양각산으로 발길을 향하였다.
보령호의 둘레길을 드라이브하다 보면 고려말 대학자 익제선생을 모신 용암영당, 즉 삼은당의 후편으로 높게 치솟은 큰 바위가 보령호를 호령하듯 우뚝하니 서 있다.
이 바위를 용암바위라고 일켵으며, 그 아랫 마을은 보령댐으로 수몰이되어 뿔뿔히 이주를 하여 수몰이 되었지만, 이 바위의 이름을 따서 용암마을로 불리웠었다. 예전부터 서해바다를 통해 웅천의 뱃길로 부여의 외산과 보령의 성주사로 통하는 주요한 통로로 굽이치는 계곡을 따라 마을이 형성되었고, 많은 선비들이 이곳에 은거하여 후학들을 키워내고 살아온 동네이기도 하다.
보령호를 따라 익재선생의 삼은당, 파주염씨의 재실 수현사와 영의정을 지낸 강순장군의 묘역, 그리고 보령댐 애향박물관, 금강암의 미륵불 및 천주교 서짓골 성지 등 많은 볼거리들이 산재하여 있다.
양각산은 성주산의 주봉에서 서쪽으로 줄기를 뻗어 옥마봉으로 기를 세우고 다시 남서쪽으로 봉화산, 잔미산으로 뻗는 줄기에서 웅천에서 개화리로 통하는 606번 지방도의 고갯길을 내주고 휘돌아 감는 태극형태의 웅천천 흐름을 따라 467m의 양각산 주봉을 내준다. 그 양각산은 우각산과 양각산(369m,용암 상단)으로 이어지며 보령호로 빠져들어 건너편 중매산과 아미산 줄기로 감싸안은 듯한 지형을 이룬다.
양각산의 산행길은 몇 개의 등산 진입로가 있으나, 보편적으로 차량을 이용하여 보령댐 통나무 휴계소에 주차를 하고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옛 광산 진입로를 이용하는 것이 삼은당 입구에서 바로 용암바위로 오르는 길보다 수월하다고 볼 수 있겠고 많은 사람들이 이 산행길을 택하여 오르내린다.
통나무 휴계소에서 출발하여 예전에 비석으로 쓰이던 사암(남포석)을 채취하던 광산으로 향하는 임도를 따라 골짜기 길로 들어서면 약간은 가파른 길을 걷게 된다. 이 등산로는 금강암으로 넘나들던 옛 고갯길인데 중턱 약간 위로 남포석을 채취하던 흔적과 석탄을 채취하던 굴 또한 등산로 옆으로 비껴서 볼 수가 있다.
현재는 광산입구는 폐광이되어 철망으로 막혀져 있으며, 옆으로는 언제 세웠는지 불상이 하나 위치하고, 광산 채굴시 사용하던 것으로 보이는 움막이 한 채 다 쓰러져 가듯 남아 있다. 폐광의 약간 위쪽으로 남포석을 채취하던 채굴현장으로 커다란 괴석들이 화약 발파로 운반하기 적당한 형태로 만들어 놓은 남포석들이 미쳐 운반되지 못하고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 남포석이 비석으로서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이유는 물갈기 하면 표면이 매끄러우면서 변형, 변색이 되지 않으며 각자를 한 부분은 흰색의 글자가 뚜렷하게 나타나기에 예로부터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까지 수출이 되기도 한 광물이었다.
성주사지의 낭혜화상비처럼 천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는 금석문의 바탕으로 수천년을 이어갈 수 있는 명재이기도 하다.
이제는 아쉽기는 하지만 더 이상 자연을 해치면서 채굴하지 않아도 중국에서 수입하는 약간은 질이 낮은 오석으로 전국의 비석들과 건축자재로 쓰이는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여야 하는지 이기적인 사고가 든다.
남포석채취 현장에서 부터 금강암 고갯마루까지는 제법 가파른 길이 이어지지만 그다지 먼길은 아니다.
고갯마루에는 금강암으로 가는 길과 정상으로 가는 길이 팻말로 쓰여 있는데, 양각산(467m)의 주봉은 왼쪽으로 가야하고, 우각산과 양각산(369m,용암 상단)은 오른쪽으로 향해야 하는데, 이 팻말은 정상의 방향을 오른쪽으로 표시되어 있다. 아마 보통은 양각산을 용암의 상단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그렇게 표기된 모양이지만 사실적으로 바로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용암을 향해 능선길로 오르내리다 보면 등산로 바닥에 입술모양의 바위가 바닥에 깔려 있는데 인위적인 것 같지만 아무리 보아도 일부러 조각한 것 같지는 않다. 산행길에 한번 찾아가며 보물찾기처럼 살펴보는 맛도 좋을 것 같다.
우각산 정상에는 누가 세웠는지 양각산이라는 글자가 검은색으로 쓰인 돌을 세워 놓았다. 용암 상단보다는 약간 높은 듯 싶은데 이 봉우리에도 제대로 된 표지석이 설치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각산 봉우리를 내려가듯 다시 오르면 확 트인 보령호와 아미산 줄기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용암의 양각산(369m)의 표지석을 맞이 한다. 보령호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한 시간 가량의 산행길에 흘린 땀을 충분하게 씻겨준다.
예전에 용암의 정기를 받으며 용암리 골짜기에 올망졸망 모여 살던 민초들은 이젠 실향민이 되어 이따금 이곳을 찾아 향수를 그리고 있을런지 궁금하다.
아래로 깍아지를 듯 가파른 등산로를 엉금엉금 기다시피 내려서니 제법 소나무 군락이 무성하다. 용암영당으로 내려와 익제선생을 기리고 원점회귀를 위한 보령댐 순환로인 보령호로를 따라 통나무 휴계소쪽으로 발길을 한다.
개략 두 시간에서 세 시간 정도의 산행으로 즐길만한 산행길이다.
@ 용암영당쪽에서 바라본 용암
@ 통나무 휴계소 부근 산행로 입구
@ 예전 광석채취 폐쇄 굴
@ 남포석 채취 흔적
@ 금강암 고갯마루
@ 입술 모양 바위
@ 우각산
@ 용암 바위 상단
@ 보령호
@ 보령호
@ 용암바위 등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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