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산

봄맞이 산행길...

푸른나귀 2008. 3. 11. 15:37

 

 

     인천에서 갑근세와 소득세를 내온지도 어언 스므해가 다 되어 간다.

     그 세월에 걸맞게 이젠 이곳이 나에겐 제3의 고향이라 생각되어 지고

     내 생활의 많은부분들이 그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기에 인간 관계도

     그 틀속에서 그들과 함께 영위되고 있슴은 물론이다.

     이따금 그들과 함께하면서 내가 어린시절을 보내왔던 청고을 이야기

     속 그림들을 그들은 언제 한번 보여달라고 하였었지만, 이야깃속 자랑

     거리보다 실제로 그들이 내가 내 고향을 느끼는것처럼 동질의 느낌을

     가질수 없슴을 알기때문에 좀처럼 약속을 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계획

     하고 추진해 보기로 하였다.

 

     토요일 오전 10시에 인천 사무실에서 일행네명과 만나 간단하게 차한잔

     마시고 승용차편으로 서해안고속도로에 올라섰다.

     차창문을 여니 풋풋한 봄내음이 콧잔등을 간지럽히고 벌판엔 아지랑이가

     아롱대니 일행들의 마음마져도 봄처녀 가슴처럼 설레이는듯 하다.

     대천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성주터널을 지나 석탄박물관 못미쳐 허름한

     할매묵집에서 간단하게 묵무침과 묵밥으로 때늦은 점심을 함께하고

     성주산휴양림의 통나무집에 짐을 풀었다.

     물론 사전에 인터넷을 통하여 숙소는 예약을 해 놓았었다.

 

     숙소에서 차한잔 끓여 마시고 곧바로 산행준비를 하고 오후2시에 통나무집

     사이로 능선이길로 접어드니 솔바람이 이마의 땀을 씻어준다.

     계곡으로 올라가는 산행길은 예전 광산다니던 차량의 길이라서 초행길은

     지루한감이 많이 주기에 능선길을 채택한 것이다.

     두주일전 가족들과의 산행보다도 훨씬 봄이 가까와진듯 산바람속에서도

     봄을 느낄수가 있었다.

     칠십여년전 일제시대의 수탈흔적인 소나무밑둥 송진채취흔적을 설명해주고,

     능선이길 부분마다 매몰되어가는 탄광침하현상을 수수께끼로 즐겁게 말하고,

     이지역 바위의 퇴적암이 형성된 내용과 탄맥이 형성된 과정을 설명하니

     내 스스로가 향토사학자가 된듯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만수산460M 정상 약4Km의 산행으로 정자에 오르니 멀리 부여쪽으로 계룡산

     의 위용이 장엄하고, 옥마산 철탑 정상에서부터 장군봉에 이르는 산맥이 만수

     산을 감싼다.

     매월당 김시습이 풍진세상의 한을 달래려 전국을 쏘다니다가 최후에 자신의

     육신을 쉬이게 한곳이 이산의 남쪽자락 무량사를 택하였슴은 실로 이땅이

     어떠한 땅인지를 후자들에게 말하는것이리라.

     두시간의 정상을 향한 산행을 마치고, 헬기장터를 지나 하산길에 올랐다.

     임도를따라 돌고 돌며 도선국사가 노래한 "성주산"을 읊어보며 계곡을

     바라보니 내가 그 시대의 님이되어 지팡이 집고 안개구름 산허리 휘어감는

     이 계곡을 거닐듯한 착각에 빠져본다.

 

     개략 세시간정도의 산행을 마치고 조각공원에 들러 허브농장을 견학하고,

     숯가마에 들어가 한시간가량 땀을 뺀다.

     몇해전 숯가마 개설할때부터 한해 두어번 이곳을 들르지만 그때마다 숯의

     효능을 들어보고 좋다는것을 익히 들었지만, 어디에 어떻게 좋은것인지를

     기억하질 못해 주인 아주머니에게 다시 설명을 듣는다.

 

     오후 일곱시쯤에 찜질을 마치고 대천해수욕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보령시 향우회에서 기름제게 봉사활동 왔을때와 이주전 가족들과의 여행때

     한적하다 못해 썰렁했던 분위기가 염려 되었었는데 욕장에 도착해 보니

     제법 많은 손님들이 해변과 도로와 음식점들을 메우고 있기에 다행으로

     생각하며 더 많은 손님들이 들끓어주길 소망하였다.

     미리 예약해둔 횟집에 들러 이지역 소주 린과 푸짐한 횟감으로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다 보니 창밖으로 희미하지만 하얀 파도가 넘실거리는 것을

     볼수 있었다.

     얼큰해진 얼굴로 횟집을 나와 해변으로 나가서 불꽃놀이 폭죽을 터트리며

     대천 앞바다를 밟아 보았다.

     물론 자그마한 소망들도 함께 빌면서...

 

     다음날 아침 일찍 엊저녁 횟집에서 가져온 매운탕에 한그릇 뚝딱 해치우고,

     휴양림을 빠져 나왔다.

     석탄박물관의 아홉시 문여는 시각에 마추어 관람을 하기위해 서둘러 입장을

     하고 우리 어렸을적 광산의 개발과 시커멓게 채색되었던 이 동네가 관광자원

     으로 발돋음해 가는 과정을 설명하고, 기록사진속의 어린소녀애가 지금 우리

     나이의 아주머니로 변하였을것이라는 우리의 근 현대의 삶을 비추어 보았다.

     그들은 이야깃속의 경험해보지 못한 사실들을 광부의 고단했던 실루엣에서

     무엇인가를 얻어가는 모습이었다.

 

     한시간가량을 이곳을 견학하고 성주사지로 향하였다.

     잘 단장된 성주사지 큰절터의 역사와 국보8호인 낭혜화상비를 관람하고

     그 예전 우리의 어머님들이 청고을에서 큰고개를 넘어 이곳까지 자식들과

     가족들의 기복을 위해 기도하려 다니었슴을 말하였다.

     안내소엔 이곳을 �O은 젊은이들에게 설명하시는 노년의 어른이 계시기에

     눈인사로 고마움을 표하였다.

 

     터널을 빠져 나오기전 옛날 대천에서 부여로 지나던 고갯마루 전망대에 들러

     대천시내와 머드팩이 나오는 대천천 그리고 서해바다를 바라다 보았다.

     잠깐 그동네에서 산책나온 중년의 어르신과 담소를 하면서 기름파동이후의

     근래 동향과 앞으로 대천발전의 전망에 대하여 논하기도 하였다.

     이 지역 시민이나, 동향 사람들이나 지역 발전을 위한 관심은 너나 내가 없이

     함께 엮어가야할 일임을 그 노인장에게서 알것만 같았다.

 

     갬발 저수지위에 차를 세우고 열한시부터 성주산680M의 산행을 시작하였다.

     선바위의 유래를 설명하고 내 어렸을적의 추억들을 이야기 하면서 중계탑에

     도달하면서 청고을은 다시금 눈속으로 빨아 들인다.

     보령시에서 성주산 등산로를 전보다 더 개발하고, 표지판도 많이 설치하고,

     등산로 주변 가지치기및 정비를 위하여 힘쓴것이 눈에 보인다.

     몇해전 이맘때쯤 나비와 잔대꽃을 본적이 있었는데 올해엔 아직도 음지엔

     잔설이 하얗게 남아 있었다.

     두어시간 반쯤의 산행으로 장군봉 정상을 밟고 하산길은 보령냉풍욕장으로

     내려오는 계곡길로 정하였다.

     내가 성주산 등산을 즐겨하는것은 등산로에 번잡하게 부딪히는 객들이 적기에

     선호한다.

     내려오는 길에 폐광의 흔적앞에 우리의 부모님과 우리의 동무들이 이곳에서

     힘든 시절을 이겨내기 위하여 얼마나 피땀을 흘렸을까에 숙연함을 느낀다.

 

     오후 네시가 되어서야 산행을 마치고 서울로 향하였다.

     고속도로의 번잡함을 피하기 위하여 화성을 거처 국도로의 길로 정하였다.

     광시에 들러 빵과 초콜릿으로 때운 점심을 싱싱한 한우고기로 대체하여

     아주 맛있게 하였다.

     도고온천길로하여 아산만을 거치며 올라오는 상경길은 마음만은 넉넉한듯

     싶고 포근한 길이 되었다.

     다만 짧은 이틀동안에 더 많은 삶의 모습을 보여줄수도 있었는데 미흡함이

     많기에 아쉬움도 있었다.

 

     임진왜란당시 활동하였던 김성우장군의 유적들과 그에따른 청고을 지명유래,

     철모를 쓰고 다니시며 그철모로 밥을 지어드시며 유랑을 즐겼던 토정 이지함

     선생,  월티고개를 넘나들던 매월당 김시습,  벼루공예...

     수많은 청고을의 흔적들을 자신있게 설명할수있는 정도의 능력이 없슴을

     아쉽게한 일정이었다.

     기행문을 쓰면서 조금 밋밋한 나열형식을 이용한것은 다음에 청고을 여행

     할수있을때 참조 바라며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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