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미래주택을 생각하며(2)...

푸른나귀 2007. 8. 7. 21:50

 

 

  1,추억 하나

 

     젊은시절 어느 가을철에 경북 안동의 이름도 기억할수 없는 전탑(塼塔)

     을 답사하러 간적이 있었다.

     塼塔옆으로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가는 감나무잎 사이로 붉은 홍시가

     청자빛 하늘바탕에 수줍은듯 살짝 내밀었던 모습의 기억이 아직도 내

     눈에는 선명하게 남아 있다.

     진흙을 얇직하게 구워만든 벽돌탑 틈서구니에 뿌리박고 듬성듬성 여름

     내내 푸르름을 자랑했을 풀들은 누렇게 생명을 다하고,

     언제 무너질지도 모르지만 오래된 세월의 무게를 힘겹게 견뎌내며 양반

     동네의 체통을 지키려 하는 모습에서 나는 넋나간듯 바라 보았었다.

 

     그 전탑  바로옆에 오래된 한옥 저택이 있어 사랑채 사이로 솟을대문이

     빼꼼히 열려 있기에 슬며시 발을 들여 놓아 보았다.

     삐이걱 거리는 소리에 섬짓 놀라 주춤하니, 하얀 치마저고리의 중년의

     아주머니께서 대청마루를 손걸레질 하시다가 이쪽을 바라 보기에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저택을 구경하고 싶다하니 흔쾌히 허락하신다.

     그 당시만 해도 한옥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자만이 고택을 답사할

     뿐이어서 개인의 프라이버시 같은것을 따지고 그러하진 않았다.

     조선시대 사대부집안이 살던 그집은 추녀끝이 하늘을 향해 날아 오르고

     처마를 받치고 있는 서까래와 약식으로 구성된 공포, 오랜 연륜을 말해

     주는 기둥의 배흘림, 하얀 회벽, 윤기 흐르는 대청마루, 주춧돌에 툇돌까지

     모든것이 한국의 수려하고 고풍스러움에 고개를 숙였었다.

 

     앞마당에 꾸며진 자그마한 화단에는 그집 안주인이 정성들여 키웠을

     화초들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뒷뜰로 들어서자 돌담뒤로 대나무의 소슬스러운 바람소리가 들리고,

     장독대의 항아리들이 가을햇빛에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감나무 잎새 두어개가 장독대에 얹어지니 한폭의 그림이었다.

     예의상 방안의 살림살이는 구경하지 못하였지만 머릿속으로는 충분히

     그 모습들이 유추될수 있었다.

 

   2,추억 두리

 

     80년도 초쯤 강원도 평창에서 정선으로 넘어 가는길엔 비행기재라는

     아주 까마득한 고갯길이 있었다.

     돌고돌아 낭떨어지길을 비포장으로 달려 고갯마루를 넘어서면 정선쪽은

     완만하면서도 깊숙한 고랑텅이속을 한참이나 내려서야 했다.

     그 골짜기중에서 너와집을 발견하곤 답사를 한적도 있었다.

     굴피나무 껍데기로 지붕을 덮어쒸운 보기 힘든 집이었는데 때마침

     저녁밥을 짓느라 연기가 너와지붕위로 자욱하게 뿜어져 나오는것을

     한쪽의 풍경화를 보듯 넋을 잃고 한참동안 바라 보았었다.

     부엌하나에 안방하나의 궁색한 화전민들이 꾸며 놓은 집이었지만

     그 옛날 우리 조상들중 서민들이 살았던 그 모습 그대로이다.

     바름벽에 걸려있는 농기구와 추녀밑의 옥수수종자들...

     싸릿대로 얼기설기 엮어놓인 사립문...

     어둑한 부엌에선 늙은 아낙이 저녘밥을 짖고 있었다.

 

   3,종언

     안동의 고택에 살았던 아주머니와 정선골 너와집의 밥짖던 아낙은

     내 기억속에서 영원히 살아가고 있겠지만, 그곳에의 각각의 삶의

     행복척도는 어떠했을까???

 

   4, 첨언

     한국의 건축사는 저 멀리 신석기시대의 움집과 화덕 그리고 고조선

     과 고구려의 온돌로부터 시작된다.

     한반도의 기후와 환경에 맞추어 수천년간의 변화를 거듭하여 초가집,

     기와집, 종교적인 특성의 건축물과 왕궁, 축성의 방식으로 변천하며

     발전을 거듭 해왔다.

     근래에 서구의 영향으로 주거 환경이 크게 변하여지고 우리가 어려서

     살아오던 주거환경도 이제는 기억속에 희미해지고 민속촌이니 한옥

     마을이니 찾아 가서야 희미하게 기억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 예전의 주거생활 보다도 편한 환경속에서 젖어 있으면서도

     그 예전의 자연을 집안으로 끌여 들이고, 집안의 분위기를 자연으로

     뿜어내는 주택의 배치를 보며 그 시대의 멋과 맛을 조금이라도 느낄수

     있는 그런집을 나는 갈망한다...

 

      *권하고 싶은 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학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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