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몸과 마음을 쉬이게 하는 휴일이었다. 추석연휴를 하루도 빠짐없이 끙끙거리게 하였던 몸뚱아리도 돌팔이 의사들의 권유에 의한 알콜소독 탓안지 한결 편안하다. 독약도 약이된다는 옛말이 옳은것인지 아니면 정신적 안정에서 육체적 피로도가 줄어든것인지 모르겠다.
느긋하게 아침을 열고 하늘공원의 고춧대를 꺽어 치웠다. 연휴기간에 정리할려 했던일을 이제사 정리하게 된다. 끝물인 조그마한 고추들이 가지에마다 매달려 있기에 알뜰하게 그릇에 담아 치우고 철지나 허전해진 화분들을 정리 하였다. 배추는 제법 자라 얼마후면 포기를 묶을수있을 정도로 푸르게 변하여 가고 때마침 내리어 주는 가을비는 내손을 덜어준다. 열평도 안되는 하늘공원의 가을이 저물어 감을 음미하며 담배 한개피의 연기를 깊게 들이쉬며 가을비의 촉감을 얼굴로 느끼며 몇년후의 내 삶에 대하여서도 생각 해본다.
점심은 간단하게 중국집의 자장면으로 온가족이 때우고 아들과 동네 목욕탕으로 향하였다. 재수생의 힘든길을 이제 한달도 채 안남기고 힘들어하는 그놈을 데리고 온탕속에 같이 들어가 누워있으면서 은근슬쩍 물어본다. 오늘은 마눌님에게 아들놈도 하루쉬게 하자고 압력을 집어 넣는동안 그놈도 내편이 되어주더니 엊저녘 늦게들어왔다고 뭐라하는 에미의 말엔 에미편을 들어준것에 뭐라 한마디 하니 도리어 에미의 마음을 헤아려 주어야 한대나 뭐라나...
등어리를 때밀이 타올로 밀어주면서 그놈의 등짝을 보니 나보다 넓다. 저울위에 올라가 있는 눈금을 보니 나보다도 더 나간다. 키도 애비보다 한참이나 올려다 보아야 하니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 꼬맹이 아들 처음으로 이 목욕탕에 들어설때의 그 뿌듯함이, 동네 목욕탕의 시설은 낡고 손님은 줄어들어 겨우 경영을 한다는 주인의 한탄에도 마눌님과 내가 이목욕탕 이용을 고집하는 이유도 그 아련한 느낌이 지금도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저녘엔 남동생 식구들과 여동생 식구들과 온 집안식들이 모여 어머님의 생신상을 차려 드렸다. 누워계신 어머님을 내려 앉히고, 온가족이 저녘상 앞에 둘러 앉으니 거실안이 꽉찬듯 흐믓하다. 지나간 가족역사를 말하며 웃음으로 그 역경의 헤쳐옴을 말하는 어른들의 이야기에 아들놈은 조금은 이해 하는듯 싶다. 내게 주어진 역사가 있었듯이 그 흐름은 아들놈에게도 이어지리라...
밤이 늦으니 주적거리며 내리는 빗소리가 커진다. 모두에게 반기는 빗소리이건만 내일의 일에 걱정이 이어진다. 밤새 내리고 내일 새�駙� 맑은 가을 하늘을 볼수 있을런지... 빗소리에 공염불 읊어보며 가을다운 가을이길 바래본다...
2006.10.26.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