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대보름날의 회상

푸른나귀 2007. 6. 24. 17:17


      식탁위 소반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호도 몇알과 땅콩 한봉지...
      마눌님은 정월 대보름이 다가옴을 식구들에게 부럼으로 알린다.
      이런날이면 꼬박꼬박 챙겨주시던 할머님도 돌아가시고,
      어머님마져 누워계시니 대보름의 의미는 상당히 퇴색해지고,
      자식들은 그져 까먹기 싫은 땅콩 호도엔 손도 가지 않음을 어디에 탓하랴!!!
      퇴근후 식탁에 혼자 앉아 주섬주섬 땅콩을 부수워 입에 한알 두알
      집어 넣으며 상념속으로 빠져든다.



      월남에 파병하여 제대한 윗갬발 조카님의 집에서 시레이션깡통 한개 얻었던것을
      무너져가는 돌담밑에 감추어 놓았다가 이즈음 꺼내어 대못으로 구멍을 내고
      삐삐선 손줄을 달고,앞산의 광솔가지와 솔방울을 모아둔다.
      해도 서산에 지기도전에 논두렁으로 나와 겨우내 준비한 불깡통을 돌리며
      쥐불놀이에 빠지면 저 멀리 원무루,소릿골,당안동네 아이들의 불꽃놀이에
      함성을 지르며 번덕지까지 달려가면
      그들도 이곳을 향해 처들어 온다며 불깡통을 돌리며 쫓아오는것 같다.
      조금 큰아이들의 전쟁영웅과도 같은 대보름날의 싸움질이야기가
      한참동안아나 설왕설래 되어도 우린 그 이야기들을 진실로 받아들였다.
      비록 한번도 패싸움에 끼어들진 못하고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사실로 기억하고 싶다.
      멀리 보이는 불깡통의 둥근 불꽃과 하늘높이 치솟다 떨어지는 불똥들이
      요즈음 한강변의 불꽃축제보다 더 아릅답다고 생각되는것은 왜 일까???



      고구마줄기,고사리,취나물,아주까릿잎,시래기...
      이제는 오곡의 종류가 무엇인지, 부럼의 종류가 무엇들이 있는지,
      더위팔기가 무엇인지,남의집 찬밥덩이 훔쳐먹는것이 무엇인지...
      가슴에 그리움만이 기억되는 그것들을
      신문 한귀퉁이에서, 텔레비의 화면속에서 한순간 마주치면
      그런때가 있었지하고 혼자만이 접어버리는 것은
      마치 동물원 맹수가 밀림속을 뛰어 다니던 본능을 잃지 못하듯
      내게도 그런 본능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비록 서울의 보름달을 바라보더라도 고향을 생각하고...



      다음날...
      "내~더위!!! 니~더위!!!" 하며 더위 팔아보자!!!
      쥐불놀이는 못하더라도
      �Y불 �P혀 높이 흔들며 노래 부르자!!!
      한잔술을 높이들고
      귀�P기 술로 건강과 행복을 빌어보자!!!



                           2006.02.10.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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