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넋을 위한 넋두리...

푸른나귀 2007. 6. 24. 17:01


   낮은 구릉을 깎아 건축물의 터를 잡을적에
   야트막이 소복한 흙한줌에 잡목이 우거져 있으면
   혹시나 하고 주춤하게 됩니다.


   일손을 멈추게하고 삽을 들고 조심조심 흙을 걷다보면 수십년 혹은
   수백년이된 인위적인 흔적을 읽게되어 더욱 조심하게 됩니다.
   후손들이 돌보지 않아 이제는 구천을 배회하고 있을 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급히 막걸리 한잔을 올리고 재배를 한후 조심조심
   호미로 그 흔적을 �O아 내려 갑니다.


   오래된 무덤엔 일정한 격식이 있어 좌향과 횟가루를 유심히 살펴
   보면서 내려가다 보면 그곳에 잠들고 있는 유골을 만나게 됩니다.
   그 유골의 형태로 언제쯤 그곳에 자리하게 되었는지,얼마나 세상을
   살다가 갔는지, 혹은 키가 컸었는지를 어렴풋이나마 알수가 있습니다.


   내땅이라도 남의 유택을 함부로 손을 댈수 없는것이 현재의 실정법이지만,
   이렇듯 생각하지도 못한 유택을 만나게 되면 법 보다도 먼저 떠난자의 넋을
   위로 해주기위해 정성의 손길로 후손들을 대신해 양지녘으로 다시
   뭍어 드리기도 합니다.


   죽으면 한줌의 재 뿐이라고들 사람들은 말합니다.
   하지만,지금의 내가 서 있는곳도,내가 앉아 있는곳도 그 옛날 내가
   알지못하는 어느 한분이 스쳐지나갔던 자리였을 것이고
   내가 걷고 있는 이길은 미래 누군가의 발자욱에 겹쳐질 것이라고
   의식하는 이 별로 없을 것 입니다.


   흐르는 강물에도,수풀속 솔바람에도,
   도심속 빌딩사이로 헤매이며 흐르고 있는 넋들을
   우리는 무의식 속에 가두어 놓고
   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친우를 멀리 보내면서
   이제는 내게도 익숙해져 가는
   죽음이라는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언제 어디서 그것을 맞이 하더라도
   자연의 순리에 따라
   미련없이 훌훌 털어버리고  
   떠날수 있도록
   가슴에 새겨 봅니다...


   한밤중
   펑펑 쏟아지는 눈발을 헤치고
   내 생활의 터전에 돌아와
   어제와 다름없는 일상속으로
   얽히어 돌아가고 있습니다.


                    2005.12.18.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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