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렸을적에...

장골편...

푸른나귀 2007. 6. 24. 16:36


   여름방학이면 기차타고,버스타고,걸어서 익낭의 작은집에 도착하여
   청라의 고을고을마다의 대 장정이 시작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삶이 여기에 묻어있고,내 유년의 꿈이 서려 있기에
   길고도 먼 대 장정을 즐겨했는지도 모른다.
   자의로 이 고을을 떠난자도 있을것이고,삶이 어려워 보따리만 달랑 들고
   이곳을 떠난자도 있었을것이다.



   그 시절엔 그랬다.
   농삿일로만 삶을 영위하던 그곳엔 보릿고개가 매년 찾아 왔었고,
   할아버지의 관습이 아버지에게 흘러왔고,아버지의 관습이 내게도 흘러
   나 또한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그런 시절이 였었다.
   갬발과 상중에 검은돌이 나온다고 내 놀던 골짜기가 파헤친 돌로 메꿔지고
   달구지 다니던 동네 한가운데로 시커먼 먼지를 날리며 제무시(트럭)가
   차지함에 우리는 그꽁무니 쫓는 시커먼 아이들로 변하였다.
   내 미역감고 놀던 그곳에 검은 물이 흘렀다.



   원무루 괴깃간에서 괴기 한덩어리 신문지에 싸서 수랑뜰을 지나 신작로를
   걷다보면 라디오가 없던 시절 스피커 연결해 중계해 주던 후계동네를 지나
   웃장골로 넘어 가는 고갯길을 택해 걸어간다.
   고개를 넘다보면 푸른하늘위로 소리개가 날고, 천수답 옆 수풀 덤불속엔
   장끼가 놀란 가슴으로 머리쳐 밖고 조용히 숨어 있다.
   꿩이란 놈은 사람 바로 옆에 올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요란을 떨며 날아가기에
   작대기로도 후려쳐 잡을수 있고, 끝까지 따라가도 잡을수 있기에
   장골 친구들과 같이 동행하던 어린시절엔 꿩을 쫓은일도 있었다.



   진외가가 있는 웃장골엔 논 한가운데 우물이 있어
   모든 동네 아낙들이 모여 빨래하고,쌀씻고,소식을 전하는 그런 곳이 있고
   대나무로 뒷곁이 우거진 재능이네가 있어 그곳에 가면
   건너편 동네 애들과 함께 뛰 놀았었건만 뉘가 뉜지 이름마져 아릿하다.



   할머님의 남동생인 할아버진 내가 오면 꼭 사랑방 할아버지방에서 자게 했다.
   담배를 즐겨하셔 곰방대의 풍년초 냄새가 가마니 짜는 짚냄새와 섞이어
   그 할아버지의 독특한 채취가 배어 있었건만, 이젠 그 향을 어디에서도
   느껴 보지 못 하리라!!!



   몇년전,
   아버님의 외사촌인 아저씨의 병환으로  오랫만에 찾아본 그곳은
   처음으로 아랫장골 부터 차를타고 가 보았는데 골짜기가 길긴 길었다.
   이젠 장골에서 당안으로 넘어 가는길도,
   후계쪽으로 넘어 가는 고갯길도 없어졌을 것이다.



   없어진 고개길엔 장끼들이 주인이 되어
   재잘거리며 넘나들던 그 꼬마들을 기억 하고,
   언제쯤 추억속에
   한번쯤 찾아 오리라
   그 꼬마들을 기다리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2005.09.09.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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