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푸르게 높아지고,들판의 벼들이 누릇누릇 해지면 운동장에 만국기가 걸리고
청고을의 모든 주민들이 농사일을 잠시 멈추고 학교로 모여 들었다.
북소리와 응원소리에 내자식과 누구네 자식들이 뛰는 모습을 바라보며
검게 그을린 얼굴에 하회탈의 미소가 짙게 새겨진다.
그날이 되면 신나는 악동들이 있었으니,그들은 향천리의 친구들이었다.
공책과 연필이 걸린 달리기에선 단연 그들이 독차지 할수 있슴은
다른 동네 녀석들의 부러움이었다.
십여리 먼 길을 아침저녁 책보를 어깨에 둘러메고 고무신 신고 달려 다녔으니
일년에 한번 그들의 날이 되는것도 어찌보면 부러울것이 없을것 같건만,
그때는 부러운눈으로 처다 보았었다.
대천 장날이면 갬발부터 대천까지 이십여리를 어머니들은 걸어 다니셨다.
언젠가 한번 쫓아가려 새�駙� 일어나 보따리에 이것저것 팔물건을
머리에 이고 손에들고 나가시는 어머니의 꽁무니를 물고 늘어졌었다.
저수지를 끼고 향천리를 지나 굿고개를 넘을때서야 날이 밝아 왔었다.
어린 내눈에 비친 대천장은 신천지였다.
저녘때 그길을 되집어 올때는 그 굿고개가 얼마나 높고 지루한 고개였었는지...
향천리 저수지 구비구비가 왜 그렇게도 많았었는지...
그동네 아이들은 이 멀리서 어떻게 학교에 맨날 오는지...
결국 소가 끄는 우마차를 얻어타고 꾸벅꾸벅 졸면서 달빛속에
집에 돌아오면 꿈속으로 빠져 버린다.
차를 몰고 대천에서 굿고개를 넘다보면 양조장터를 흘낏 바라보고,
저수지의 수위가 어느정도인지 바라본다.
내 어린시절 타박타박 걸어 지났던 그모습을 그리며
청고을 들어서면서 부터 쓴 웃음을 흘리며,
고향의 내음을 흠뻑 맡으려 차창문을 활짝 여는것이
내아내와 내자식이 모르는 습관이 되어 버렸다.
2005.09.09.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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