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시...
남들보다도 일찍 출발하려 서둘러 집을 나섰지만
고속도로 진입구간부터 차량의 행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이때쯤이면 어쩔수 없이 그렇게들 고향을 향해 떠나는 무리속에 섞이어 흘러가고,
귀경길에도 힘들게 올라옴을 그러려니하며 인식함은 수해동안 번복되는 일이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생겨 고향가는 길은 한층 쉬워 졌지만,
예전엔 그 전날 기차타고 대천에 내려서 대천여객 타고 청라로 들어서면
어둑한 비포장 도로를 따라 작은집에 들러 늦은 저녘을 먹으며,
밤새 얘기꽃 피우던 정감을 잊어 버리게 되었다.
소릿골 앞 주유소에 차를 세우고 양지편 선산 조상님들의 유택을 말끔히
치워 드리고 내려 오는길에 잠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더듬어 본다.
그때엔 봄이면 코스모스 모종을 한웅큼씩 배당 받아 방앗간을 지나 스므티까지
각 구간을 할당받아 도로변에 심는날이 있었다.
가을이 되어 길가에 하늘 하늘 핀 코스모스는 어린 꼬마들의 힘에 의해
지나가는 객들의 낭만을 만들어주곤 다음해를 위한 누런 봉투속의 씨앗받기
노동력을 꼬마들은 다시 제공했었다.
매번 그곳에 가보아도 이곳이던가 하며 의구심을 갖는 곳이 소릿골 주유소다.
찰흙 공작시간이 있을땐 소릿골 동무들과 어울려 옷이 흙범벅이되고
얼굴에 고양이를 그리면서 소릿골 도로변 언덕배기 밑으로 진흙을 한웅큼 채취 하여
집으로 돌아오면 등잔도 만들고 다시 트럭도 만들고 몇날 몇일을 애지 중지 했었다.
그 고운 찰흙의 손느낌을 한번 느껴 보고 싶은데 어딘지 모르겠다.
신작로는 아스팔트로 깨끗히 포장되어 차량들은 휙휙 잘도 지나가고
골짜기마다 벼들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건만,
그 옛날 내가 심었던 코스모스들은 어디로 갔을까???
2005.09.04.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