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이 높은 광목천으로 가려지고
북과 나팔을 울리며
한 무리 광대가 마을을 돈 후엔
달님도 깊은 잠에 빠져들고
별빛 어스름한 논두렁 길
어른, 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잰걸음 소리에 놀라
풀벌레 개구리울음 멈추게 하고
발동기 돌아가는 소리
빗줄기 퍼붓는 장막에 부딪혀
화면이 춤을 추어도
눈물 그렁그렁 두 눈 반짝거리던
‘저 하늘에도 슬픔이’
살짝 열어둔 창문 틈새로
고해 속 뒤척임에 빠진
아스라이 건너편 그 개구리
그날처럼 함성 지르며
장막 속으로 어여 오라 하네.
* 어여 ; ‘어서’의 사투리
* 작가와 문학 20호(2021.10) 기고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