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기다림이 있다.
낮은 언덕 뒤에 얹고
구절초 흐드러진 덤불 속
엇비스듬히 초가삼간 누워 있다.
토방에 놓인
검정 고무신 한 짝
그 집에 살던 아이의 웃음소리
들리는 듯하고
기울어진 부엌 문짝에
거미가 주인 되어 왕국을 차렸지만,
아궁이에 밥 짓는 연기가 그을림이다.
하얀 박꽃 달맞이하던 지붕엔
보랏빛 칡꽃 이엉을 대신하는데
쥔장은 어디로 마실 갔는지,
솔바람만 흐느적거리며 무심하다.
언제인가
마실 간 쥔장이 헛기침하며
사립문을 들어설 때,
검정 고무신 주인도
재잘거리며 찾아올 터인데
그 집은 그대로 있겠지
그 아궁이에도 불은 붙여지겠지.
* 마실 ; ‘마을’의 방언, 마을 가다.(관용) ; 이웃에 놀러 가다.
* 문학지 ' 작가와 문학 가을겨울호 2020' 기고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