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탈출
휘몰이 치는 일상에서
살짝 벗어나보면
옛일이 생각난다.
중국집 고량주 한잔에
불콰해진 얼굴을 바라보며
앳된 웃음 짓던 친구가 생각나고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나를 향한 미움을 토해냈을
그 친구도 생각이 난다
앞이 안보이고 움직일 수는 없어도
손주 장가들 때 까지는 살아야겠다던
울 엄니도 눈에 선하다.
비가오고 더위에 지치면
울 엄니 무덤이 그립다.
개 망초 흐드러지게 피고
띠풀이 상석을 덮었을 텐데
망두석엔 칡넝쿨이 휘감지나 않았을런지.
가야만 한다.
어찌 되었든 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