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티라노사우루스의 후예
소래산 중턱
한적한 옹달샘엔
티라노사우루스가 살고 있다
갈잎 사이로 새어나오는
햇빛을 친구삼아
바윗돌에 비켜 앉아 꼬리에 힘을 준다.
지나가는 등산객 발소리에
날카로운 이빨 감추고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에
예리한 발톱 감추고
바위틈으로 숨어들면서
공룡의 시대를 기억하고 있다
나는
흔들리는 팔 전철에 떨구고
파리한 얼굴 사무실에 내버린 채
끌리는 다리마저 길거리에 흘려버린
하얀 토르소(torso)
소래산 중턱 옹달샘 꼬마 도롱뇽
빈껍데기일 뿐인 토르소
석양노을 붉게 핀
시화호 건너편 마른벌판
화석 되어 수 만년을 기다려온
공룡 알 깨트리려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