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가을상념...

푸른나귀 2016. 10. 7. 09:12





30년 가까이 지켜오던 우리집 옥상 하늘 공원의 마지막 가을을 보낸다.


아이들을 낳아 기르고, 할머니와 어머니를 보내는 것도 이집에서 치뤄지고 생노병사의

개인적인 인간사가 이곳에서 모두 이루어 졌었는데, 어찌보면 내 인생의 절반을 여기서

보내며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제2의 고향이라고도 말할수 있는데 이젠 떠나야 한다.

지지부진하게 10년 정도 끌어오던 재개발이 이 동네에도 불어와 이웃집들이 하나 둘

떠나고 골목길에 찬바람이 횡하니 불어 대니 스산하기 짝이 없다.

이곳에서 태어난 딸을 내년 봄에 짝지어 보내면 정든 이곳을 떠날 생각이다.

재개발로 인한 찬반논란으로 골목길에 확성기소리 요란할 때는 물론 옥상의 꽃들에게 물을 계속

주면서 봄부터 첫눈내리는 시기 까지 꽃향을 즐기었다.

그 시기가 오면 어김없이 꽃향으로 대답하는 꽃들을 기다리던 맛을 이젠 어디서 찾을까?

비록 사람들이 말하는 고급스런 꽃들은 아니지만 피고지고를 계속하는 끈질김 속에 뿌리를 땅에

못내리지만 화분의 작은 공간 속에서도 생명력을 이어가는 위대함이 내게는 힘이 되었고

안식처를 만들어 주었다.


가을을 보내며, 이곳에서 지내는 마지막 가을향에 묻히여 상념에 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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