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

배롱나무의 항변

푸른나귀 2007. 6. 24. 16:41

  잘 꾸며진 도심속 어느 음식점 정원에
  윤택나는 짙푸른 녹색의 이파리를 자랑하며
  진분홍 꽃송이가 불길처럼 타오르는 나무가 있다.



  커다란 창문으로 고기 굽는 냄새를
  하루종일 맡으면서도
  미끈둥한 몸매를 유지하면서
  고고하고 청아한듯
  그 자리를 지키는 나무가 있다.



  툭 튀어나온 혹들과 썩어가는 가슴을
  시멘트로 땜질 당하면서도
  네온불빛을 별빛삼아
  그 시절을 꿈꾸는 나무가 있다.





  어느동네 어디에서 온 나무이던가?
  내 어릴적 무등타고 놀던 동구밖
  그 나무가 아니련가?
  손끝으로 그 나무 밑둥지를 쓰다듬어 본다.



  꽃 봉우리들이 간지러운듯
  조용하게 흔들린다.



  아~하!
  그렇지...
  우리 어렸을적에
  간지럼 나무라고 불렀었지...



                            2005.09.20.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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