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남곡리에서(2)....

푸른나귀 2018. 3. 30. 19:04


남곡리에 터를 잡은지 오늘로서 일주년이 되었다...


잡초가 무성하던 텃밭을 얼치기 농무의 무식한 머리와 땀으로 삽과 쇠스랑질에 의해 땅에 힘을 불어 넣으니 이젠 제법 밭다워짐을 느낄 수 있다.

타향살이 오십년을 마감하고 고향을 찾은 것은 농사를 짓는 것을 천직으로 삼으려는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고 귀농이 아닌 귀촌임을 스스로 강조하고 실천하는 중이지만 수입 없는 농삿일에 매달리다 보면 이따금 초심을 벗어난 생각을 하게도 한다.

책이나 읽으며, 글이나 쓰며, 산행이나 다니며 막걸리 한잔에 동무들과 즐길수 있다면 그것으로 귀촌을 한 목적은 달성이 되고 앞으로 남은 30년 인생 후반 삶의 질을 충족하게 살아가는 길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과연 그것도 옳은 것인지 가끔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겨우내 그 추운 서울의 노숙자 생활을 넉달동안 하면서도 텃밭의 흙냄새를 그리워하고 걱정을 하였다.

여섯해동안 서울에서 황룡리를 오가면서 농삿을을 했었지만 귀촌을 한 작년에는 풀한포기를 김매는데도 여유롭게 할 수 있어서 마음의 평온함을 찾을수 있었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고 하더니 그 말을 실감한다.

얼었던 땅위로 비집고 올라오는 새싹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하고, 매화꽃이 팝콘 터지듯 터트리는 소리가 벌의 날개짓과 함께 어울려 교향악이 된다.

작년에 들었던 그 소리와 풍경이 그대로 다시 시작된다.

언제까지나 풀어지지 않는 인생의 의구심은 또 다시 가지게 될 것이다.

이 조그만 땅덩어리에 쇠스랑질로 땀을 흘리면서도 나 자신의 삶에 올바르게 가는 것인지를 지속적으로 고민을 할것이다.

내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욕망을 비워내는 한삽 한삽의 삽질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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