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릇함이 퍼지던 나뭇가지 사이
붉은 입술 훔치며
살포시 얼굴 내밀더니
가을 문턱 들어서던 어느 날,
입술 안으로 자수정 이빨을 보이며
날카로운 가시로 무장하곤
속살을 감추듯 보여준다.
석류의 붉은 치아가
내 입술을 유혹을 하고
쉽사리 다가서질 못하게 장벽을 치지만,
톡 소리 상큼하게 터지며
신맛으로 사랑의 정열을 대신하는
사랑하고픈 여인의 입술이다.
산속에 숨어있는 옹달샘이
젊은 청춘 설레게 하고
숨을 헐떡이게 하는 가슴앓이 불러오듯
석류의 알갱이는
보일 듯 말 듯
보여주지 않는 맛으로
심장에 대못이 박히는
통증으로 내게 다가온다.
* 이미저리 4호(2021.10) 기고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