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다듬이 연가
일제의 수탈을 피해
늦은목 고개를 넘어올 적에
할아버지 지게에 보름달과 함께 얽매어 옮겨졌다.
할머니는 장항선 완행열차에
이불 보따리를 얹을 때에도
그것이 귀물인 양 들치어 메고 서울로 향하였다.
산동네 쪽방 신세 이곳저곳
옮겨 다닐 적에도
엄니는 신주 단지 모시듯 옮기었다.
서울에서 처음으로 내 집이 생기던 날
어쩌지 못해 한동안 옥상 귀퉁이에 팽개친 채로
비를 맞으며, 눈을 맞으며
쳐다볼 일이 없었는데
고향으로 회귀를 결심하던 날
또각또각
다듬이 소리가 귀에 들려온다.
이제는 손주 며느리가 자리잡아준
정원에서 달빛 받으며
도란도란
할머니와 엄니의 손놀림이 춤을 춘다.
늦은목 고개 마루엔
그 방망이 소리를 기억하는
벼락 맞아 일그러진 신목(神木)이 있다.
* 늦은목 고개-보령시 청라면 소양리와 부여 외산면 지선리를 잇는 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