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말랭이 중턱까지
좁은골목 사이두고
처마낮은 허름한 천막집들이
머릴 맞대고 모여 있었다.
숨한번 고르고
그 골목언덕을 넘으면
아카시아꽃
하얗게 흐드러진 울타리의
작은 절이 있었다.
사월 초하루가 되면
기와집 아랫동네에서부터
판잣집 웃동네거처 절앞까지
휘황한 연등이 걸리어
초파일이 지나도록
골목길을 밝히었다.
동네 아주머니의 앞치마에
꼬깃한 지폐몇장으로
온가족의 평온을 기원하며
불상앞 좋은자리에 연등달려
앞다투어 절간을 향하였다.
초파일
석가탄신일 날엔
절마당은 온 동네의 잔칫날이었다...
웃동네가 불도져로 밀려나고
하늘 치솟는 래미안이라 이름으로 다시나고
아랫동네도 굴삭기에 흔적없이 사라지더니
넓디넓은 푸르지오라 명명하더니
작은절도 고광대실 이층집으로 짓고
온갖 꽃들이 만발하였던 절마당도
시멘트포장을하여 주차장으로 넓히더니
전주지스님은 어디론가 가버리시고
새주지스님이 환한 웃음짖더라...
부처님 아래
무릎꿇고 기도하는 내 마눌님은
병상에 누어계신 시어머니를 대신해
가족들의 평온을 기원하지만
시어머니가 느끼었던 그 정감을
되뇌이지 못하나 보다.
석가모니불
생노병사의 고뇌속에서
중생의 옳바른길 �O기위해
보리수나무 아래서
수행하였듯이...
해탈하였듯이...
잘 입지 못하고,
잘 먹지 못하고,
잘 살지 못하는
약자를 위한 베품의 절...
중생들 마음의 곳간이 되는
그런 불교가 되어주길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