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

달팽이...

푸른나귀 2016. 4. 26. 18:35


인천시청역 5번 출구에서

조금 벗어난 길섶

달팽이 가족이 긴 여행을 하고 있다.


눈발이 내리던 지난 겨울에도

그들은 가파른 언덕길을

기어 가고 있었다.


꽃비 내리던 올 봄에도

그들은 제삶의 무게를 메고서

힘겹게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언덕을 향한 촉수 끝

두 눈망울은

그 너머에 이상향이 있을 거라는 듯

짊어진 삶이

버거운 짐이라 할지라도

끌어 안고 가야할 필연의 숙명이라는듯


新綠 香이 짙게 드리우는

오늘 밤에도

그들은 달팽이의 길을 가고 있다.


등껍질 위로 짊어진 삶의 무게가

생각보다 가벼운지

지나간 발자취를 쫓아 보았지만

그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흔적없는 여행길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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