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한번 가보고 싶었던 그곳을 오늘 찾았다.
신군부세력에 의해 하룻밤 사이에 세상이 바뀌는 요동이 일렁일적에 내 젊음은
그것에 의하여 밤새우며 소총을 다잡을 수밖에 없었다.
엊그제로 궁정동의 총소리가 유신의 종말을 고한지 30년이 되었고, 그속에
내 젊음의 초상화도 30년이 지나 일그러져 있지만 그곳을 가보고 싶었다.
삼엄했던 그시절을 그 나이된 내 아들녀석도 알려 하지 않는데,
이따금 나 혼자서만이 그 시절을 회상하는 것은
내 청춘의 한가운데에 삼년이란 세월을 이곳에 뭍어 두었기 때문일것이다.
신군부의 역사적 오명은 권력자들의 심판일 뿐이며, 그곳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한
이름없는 병사들에게 그 오명을 함께 돌팔매질 하는것은 잊혀져야 한다.
광주에서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일개 병사에게 원망을 보낸들 무엇하며,
이곳에서 신군부를 지키느라 담장 울타리에서 밤새 총부리 겨누고 마음 졸였던
젊은이들에게 비난을 한들 무엇하겠는가?
혼란했던 그시절은 가고, 낙엽이 곱게 떨어지는 경복궁 앞길엔 그때를 모르는
젊은이들이 가을을 만끽한다...
옛터 앞길엔 은행잎이 뒹군다... 오월이 되면 넝쿨장미가 화려하게 담장을 덮는데 그땐 매일아침
장미꽃잎을 빗자루질 하는것이 하루 일과의 시작이였었다...
신군부가 국보위를 창설하고 모두모여 역사에 남을 사진을 찍었던 현관... 그 현관에 별이 뜨면
쩌렁쩌렁한 충성구호의 받들엇총을 했었다.
이젠 미술관이 되어 자유롭게 시민들이 그앞을 들어갈수 있으며, 젊은이들에게 물어보니
이곳이 무엇하던 곳인지 잘 알지도 못하였다. 다만 나이든 사람들의 어렴풋한 이야기만
들을수 있었고...
삼년동안 장난감 병정이되어 눈동자도 돌리지 못하고 삼청동길을 바라보고 있던 자리...
그 영향으로 허리디스크에 걸려 수술한번 하고도 불편하게 되었다. 보훈대상도 되지 않으니...
작품전의 이름처럼 이곳이 신호탄이 되어 구시대의 오명은 사라지고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길
기원해 본다...
사령관 집무실 앞 데스크에 앉아 초병을 서던 자리이다...
참 많은 권력자들이 드나들던 곳인데...
옥상에 올라 경복궁과 산자락을 바라다 보았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국기 다느라 오르내렸던 곳이다.
설치미술작품 사이에서도 청와대의 파란기와 지붕이 보인다...
종로 한가운데 100년이 넘은 소나무와 조선시대 우물터가 있었을줄이야...
그땐 의식하지 못하며 지내 왔었는데... 연병장의 궁궐은 어디론가 옮겨져가고 없었다...
그 시절 외출외박시 참새방앗간이 었던 담배가게가 새로 건물을 짓고 유지하고 있었다.
들어가 쥔장과 이야길 해보니 그당시 새색시로 이따금 시부모대신 가게에 나왔었단다.
희끗한 머리에 주름진 얼굴을 하였지만 그당시 이곳을 자주 찾았다는 내 말에 한참동안
이야길 나누었다...
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내 가슴속엔 아직도 30년전 그대로의 개인역사가 흐르고 있다....
미술작품을 둘러보면서 시민들의 품에 돌아온 이곳이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모두가
즐길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 그 시절의 내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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