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렸을적에...

그 겨울 토끼몰이...

푸른나귀 2007. 6. 24. 19:25
    오늘 아침...
    갑자기 일이 있어 차를 몰아 강화로 달리다 보니 겨울의 끄트머리가 어딘지
    모르게 창밖은 봄을 향해 달리고 있는듯 따스한 햇볕이 벌판에 내린다.
    운전을 하면서 나는 향상 다니던 길만을 고집하며 노선을 바꾸지 않기에
    가까운 길도 어떤때는 빙 돌아 가기에 남들은 나를 토끼에 비유하기도 한다.
    토끼는 향상 다니는 길만을 고집하며 다니기에 산속에서 풀이 뉘어진 상태를
    보거나 나뭇밑둥이의 갈아먹은 흔적을 보고 눈없는 겨울에도 그놈들의
    흔적을 쉽게 알수있다.



    토끼 몰이...
    어릴적 겨울 방학이 되면 청고을에서 낮은산으로 깊숙한 산골을 이룬 은고개
    (음현리)를 꼭 �O아갔었다.
    할머니의 동생 이모할머니댁은 은고개의 가장 깊숙한곳 외딴 초가집으로
    야트막한 지붕밑으로 부엌에 방두칸짜리의 작은집이었다.
    나보다 대여섯살 선배인 작은 아저씨가 무척이나 날 귀여워 해주었기에
    그곳에 가면 밤새 외발썰매를 만들어 주기도 하였고, 어둑한 등잔불 밑에서
    삐삐선을 칼로 껍질을 벗기고, 문고리에 철선을 끼워 잡아 당기면 반듯하여
    지고 적당한 크기의 토끼올무를 만드는것을 가르쳐 주기도 하였다.
    송곳으로 콩알에 구멍을 내고 그 속을 후비어 파낸후 싸이나를 넣고
    양촛농으로 메꾸어 한주먹쯤 만든 다음에야 등잔불을 껐었다.



    다음날 아침...
    건너편 양지쪽 밭에 나가 꿩이 나올만한 곳에 촛농으로 메꾼 콩을 군데군데
    뿌려 놓고, 나 오기 전날 뿌려놓은 콩이 없어진 것을 알아챈 아저씨는 작대기로
    덤불을 헤치며 한참을 주위를 돌아 보고선 두어마리의 꿩을 �O아온다.
    토끼올무를 가지고 산속으로 들어가자 청솔가지를 낫으로 처서 토끼길을 만든
    곳을 �O아가자 올무에 걸린 토끼가 바둥대다가 죽었는지 듬실한놈이 늘어져 있다.
    그 올무는 자기것이 아니라 해서 아쉬워 하였지만 한참을 따라 다니며 밤에 만든
    올무를 다시 토끼의 길에 설치하고 다른곳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솔가지로
    주위에 울타리를 만들었다.
    한참을 산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두어마리의 토끼도 얻을수 있었다.
    겨울철 짧은 한나절이 산속에서 지나가고 논두렁에서 썰매를 타다보면
    산골동네는 저녘짓는 연기로 자욱해진다.
    그날 저녘은 토끼고기에 꿩고기국으로 따뜻한 아랫목에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었다...



    언젠가...
    모랫말 아이들이란 황석영의 책을 보며 한강변 염창동의 전후세대들의
    모습을 글로 보면서 무엇인가 뭉클한 감성을 느낀적이 있었다.
    황석영은 우리보다 좀더 나이든 세대이지만 그시절이나 우리시절이나
    별반 산업화의 물결이 덜 하였던 세대였기에 그 감성을 받아들일수
    있었던 것 같다.
    모랫말 아이들 보다도 더 아름답고 그리움으로 채색된  청고을을 한번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림으로 표현하지 못함을 아쉬워 한적이 있다.



    강화 가는길에 김포시를 우회하는 새로 난길이 있었는데도 그냥 구길로
    차를 몰아 가고옴을 하면서 토끼길과 토끼몰이를 생각해 보았다.
    토끼몰이를 생각하면서 음현동네 골짜기를 기억했다...
    음현동네를 기억하면서 한번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충동이
    불현듯 솟아 오른다......


                                200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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