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동안 찬바람이 불어와 마음을 시리게 하더니
옥탑방 하늘엔 낮익은 별들이 초롱초롱 서울의 하늘을 밝혀준다.
오리온자리,큰곰자리,작은곰자리,카시오페아자리,쌍둥이자리...
쌍둥이자리의 가장 밝게 빛을 내는 한점이 눈길을 잡아 끌며,
흐릿하게 오리온 속의 삼태성이 고향 하늘로 나를 이끈다.
먼 옛날 어린시절...
이때쯤이면 고우신 어머님의 치맛자락 붙잡고 휘개 물레방앗간으로
논두렁길 쫓아 가는길은 무척 즐거웠었다.
찌걱거리며 돌아가는 물레방앗소리와, 힘차게 피대 돌아가는 소리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떡개래를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면 아주머니들은
한가닥 꺼내어 나누어 주시곤 하였다.
따끈한 가래떡 한조각 아껴 입에 베어물곤 마냥 좋아하며 떡광주리 머리에
이고 돌아오시는 어머님 뒤를 강아지처럼 쫓았었다.
차례를 지내고 웃어른들 따라 성묘를 다녀온후...
갬발 번덕지를 지나고 새터를 지나 휘개고개를 넘어 장골 진외가댁에
들러 인사 드리고, 당안으로 넘어가는 고개를 지나 안골 외가댁으로
오면 와가의 큰집 노승희네 글방에서부터의 어른들께 세배 드리고
재승이네로 한 열집정도는 돌아야 끝이 났었다.
집집마다 할머니께서는 장독대 항아리에 감추어 놓았던 홍시를 꺼내
주시며 귀한 손주 왔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기도 하고,
할아버지들께서는 무릎꿇고 얌전하게 앉아있는 내게 한참동안 훈시를
빠트리지 않았었다.
승희와 계병이와 재승이와 빨리 놀아야 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훈장선생님을 하시던 승희 할아버지는 도리니 법도니 꽤나 길게
말씀하신것 같다.
다음날 안골동네에서 몇개의 낮은 고개를 넘어 은고개동네로 접어들면
이모할머니댁에 들어선다.
양반 동네인 안골보다는 어른들이 세배를 마치면 동무들끼리 놀수있게
놓아주셨기 때문에 용복이,화자들과 썰매타고,뛰놀던 생각이 그득하다.
복골목쟁이를 거쳐 당안으로 그리고 원무루로 해서 갬발로 들어서던
그 길이, 그 시절이 그립다...
세뱃돈이란 개념도 없던 그 시절...
홍시감이나 색동사탕하나에도 행복하고...
동무들과 하루종일 뛰놀수 있는 즐거움이 가득했던...
청고을의 옛시절이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내 아들과 내 딸들에게 그 정겨움을 맛보게 해주지 못하였슴을 아쉬워 하며
서울의 초롱초롱한 별자리에 얹어 날려 보낸다...
2007.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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