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달팽이

푸른나귀 2017. 2. 3. 11:06



제목: 달팽이

 

 

 

인천시청역 5번 출구에서

조금 벗어난 길섶

달팽이 가족이 긴 여행을 하고 있다.

 

눈발이 슬프던 지난겨울에도

그들은 가파른 언덕길을

기어가고 있었다.

 

꽃비 내리던 올 봄에도

그들은 제 삶의 무게를 메고서

힘겹게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언덕을 향한 촉수 끝

두 눈망울은

그 너머에 이상향이 있을 거라는 듯

짊어진 삶이

버거운 짐이라 할지라도

끌어안고 가야할 필연의 숙명이라는 듯

 

新綠 香이 짙게 드리우는

오늘 밤에도

그들은 도심 속 미로를 가고 있었다.

 

지나간 발자취를 쫓아 보았지만

그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흔적 없는 여행길을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