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팽이
인천시청역 5번 출구에서
조금 벗어난 길섶
달팽이 가족이 긴 여행을 하고 있다.
눈발이 슬프던 지난겨울에도
그들은 가파른 언덕길을
기어가고 있었다.
꽃비 내리던 올 봄에도
그들은 제 삶의 무게를 메고서
힘겹게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언덕을 향한 촉수 끝
두 눈망울은
그 너머에 이상향이 있을 거라는 듯
짊어진 삶이
버거운 짐이라 할지라도
끌어안고 가야할 필연의 숙명이라는 듯
新綠 香이 짙게 드리우는
오늘 밤에도
그들은 도심 속 미로를 가고 있었다.
지나간 발자취를 쫓아 보았지만
그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흔적 없는 여행길을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