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뒤안길
어스름이 다가올 때
바람 빠진
양말장수 손수레 밑으로
검은 그림자 기웃 거린다
파란 불빛 두 개 켜고
웅크리고 앉아
지나가는 아가씨의
구둣발 소리에 귀를 세운다.
그를 무시하며 공놀이 하던 앞집 아이
귀여움에 털 골라주던 뒷집 아가씨
교미의 향악에 고함치던 윗집 총각
눈치 보며 먹이 내놓던 아랫집 아주머니
그러려니 부채질에 노닥대던 이웃집 할머니
30년 지내온 삶의 여정
3년 뒤에 이 골목
모두들 다시 찾아오겠지
외로운 불빛이 흔들거리는
능소화의 붉은 입술 골목에 뿌려 지던 날
바람 빠진 손수레는 자물쇠 굳게 걸려있다
웅크린 그림자 허공을 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