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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안길

푸른나귀 2017. 2. 3. 10:55



제목: 뒤안길

 

 

 

 

어스름이 다가올 때

바람 빠진

양말장수 손수레 밑으로

검은 그림자 기웃 거린다

 

파란 불빛 두 개 켜고

웅크리고 앉아

지나가는 아가씨의

구둣발 소리에 귀를 세운다.

 

그를 무시하며 공놀이 하던 앞집 아이

귀여움에 털 골라주던 뒷집 아가씨

교미의 향악에 고함치던 윗집 총각

눈치 보며 먹이 내놓던 아랫집 아주머니

그러려니 부채질에 노닥대던 이웃집 할머니

 

30년 지내온 삶의 여정

3년 뒤에 이 골목

모두들 다시 찾아오겠지

 

외로운 불빛이 흔들거리는

능소화의 붉은 입술 골목에 뿌려 지던 날

바람 빠진 손수레는 자물쇠 굳게 걸려있다

웅크린 그림자 허공을 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