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세월동안 제몫을 못하면서
사랑을 받는것도 아니고
버림을 받은것도 아닌데
옥탑방 구석을 지키고 있는 다디밋돌이 있다.
또닥또닥 밤새워
희미한 등잔불 아래 정을 나누던
어머니는 누워 병상 십년이고
할머니는 양지편 뒷산에 마실간지 십오년인데
다디밋돌은 그렇게 옥탑방 구석에 쳐박혀 있었다.
은선동 뒷산을 힘겹게 올라
능선이를 따라 문봉산과 성태산 사이
오래된 고목나무 그늘아래 앉아
늦은목 고개의 흔적을 바라보며 숨을 고른다.
울할아버지 지게에 그 다디밋돌 짊어지고
울할머니 이불보따리 이고
대여섯살 울아버지 손 잡고
어린숙부 업히고선 이고갤 넘었다는데...
내 나이 오십다섯에
아버지 장가든 나이 스물다섯을 더하면
팔십년만의 늦은목 고개로의 회귀에
부여쪽에서 밀려오는 안개구름이 춤을추고
老松들이 손을 들어 반겨준다.
이름모를 산꽃들의 향기가 스며들고
산새들의 향연에 빠져든다.
마음은 엄니의 뱃속 태아가 되어
또닥또닥
다디밋 소리 듣는다...
덧댄글; 늦은목 고개는 청고을에서 부여를 잇는 고갯길이다.
늦은목이라는 이름은 고갯길이 느릿하게 길다는데에서 연유되었다 한다.
청고을 상중저수지위로 계곡을 타고 오르다 보면 장군봉과 성태산 사이의 고갯길인데,
몇년전에만 해도 길을 찾을수 없었는데, 올봄부터 유월달까지 보령시에서 임도를 개설
중이어서 쉽게 산행을 할수 있을것 같았다.
고갯마루에는 기존의 임도가 있는데 아랫쪽으로는 시민동 골짜기로 내려가는 길이 되고,
윗쪽으로는 부여군 외산면 지선리로 가는 길이된다.
예전에 지선리 임도를 따라 시민동 말랭이까지 온적이 있었는데 한번 더 가고 싶은 충동이
생기게 한다.
금번에 은선동에서 장군봉으로 오르면서 등산로가 전번여름 폭우로 홰손이 되어 길을 잃고
많이 헤매었다.
결국 문봉산(문수봉)을 거쳐 늦은목고개까지 가고선 상중저수지로 새로개설되는 임도를 따라
하산 하였다.
다음엔 상중저수지에서 늦은목고개로 그리고 성태산, 월티재, 백월산(월산), 스므티고개로의
산행을 생각해 본다.
내할아버지는 일제시대 극심한 수탈로 인해 외산면 지선리에서 밤중 몰래 지겟짐을 지고
늦은목고개를 넘어 처갓집(장골)가까운 갬발로 이사를 하셨고, 아버지는 여주이씨의
본향인 수원 가까운 서울로 이주를 하였으나...
나는 다시 청고을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으니 아이러니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