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 누운 비석아...
길섶에 누운 비석아...
그 누군가가
이 고을에 태어나
한줌의 흙으로 돌아 가면서
자손들의 부귀 영화를
약속하였고
그 후손은
떠나감을 아쉬워하며
비바람에도 스러지지 않을
비석을 세우며
눈물의 강을 이루었으리라
그래도 이 양반
볏섬지기나 했던 모양이다
넓직한 화강석 정쪼아 상석을 만들어
제물 한상 가득히 받을 생각하고
그래도 이 양반
생원소리는 들었던 양반이었나 보다
갓머리 쓴 비석에 이름석자 새겨
자자손손 이어지길 바란걸 보니
그러면 무얼하나
왜소나무 등걸밑에
이름 석자 풍화되어
가랑잎 벗삼아 나뒹구는데
무심한 세월에
봉분은 무너져 흔적없고
갓머리 비석은 반쯤 흙에 묻혀
무심한 등산객이 잠시 쉬어가는
돌방석이 되어 버린다
그 양반
빈손으로 떠나는 세상
부둥켜 안아봐야
바람 소리뿐이라는 걸
이제서야 알았을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