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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의 하룻밤...

푸른나귀 2010. 10. 10. 15:13

 

하룻밤 이틀 낮을 청고을에서 보냈다...

 

40여년의 세월을 고향을 떠나 지난한 삶을 마감하며 고향 선산의 편안을 찾아가시는

아버님의 당숙모를 모시기 위해 하룻밤 이틀낮을 청고을에서 보내게 되었다.

이젠 우리집안의 할아버지代의 흔적들을 그분이 마지막으로 짊어지고 한줌의 흙으로

회귀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우리집안의 웃어른들이 하나둘 내 추억속에 뭍혀버림을

순응으로 달래려 보니 한삽의 흙을 덮으며 이별의 집행자가 된듯 이리저리 일처리를

지시하면서도 마음이 무겁다.

 

올 봄 숙부님이 돌아가신뒤 고향에서 생기는 집안의 대소사들이 모두 내게 짐이되어

온 것을 처음으로 일처리 하면서 숙부님의 빈자리를 크게 느낄수 있었다.

아직 추수가 끝나지 않아 선산까지의 장비투입과 인부및 물품반입 등이 곤란하고,

도로에서 한참이나 들어가야 하는 운구의 대책, 식구들과 인부들의 식사문제 등 숙부님

이 생전에 하셨던 일들 모두가 내 몫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하기사 어릴적부터 집안의 대소사들을 쫒아 다니며 젊어서는 힘으로, 나이들어서는 요령과

눈치로 보아온 경험이 몸에 배어 있는지 순조롭게 일을 마무리 할수 있었다.

요즈음 한집안 제사에 10촌의 형제들이 함께 지낸다면 믿을까???

40년 세월 고향 버리고 올라온 우리 집안은 선산에 모신 어른들이 서로 의지하고, 서로

도우며  없는 살림속에서도 결속되도록 무던히 애를 쓰신 것 같다.

선산에 뭍혀계신 한분 한분의 기억들이 이젠 나도 환갑이 다 되어 가는데도 그 모습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

 

포크레인의 진입방법을 모색하고자 골짜기를 뒤지다가 으름덩쿨을 보았다.

나뭇가지를 휘어감은 으름덩쿨 속에 하얀 속살을 쫙 벌린 으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매년 벌초할적 마다 설익은 으름만 보았었는데 할머님 장례 덕분에 입안 가득 퍼지는

으름의 향기를 머금을 수 있었다.

으름 하나에도 이별의 아쉬움이 순간적으로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이 生이로구나 하는

입가의 미소를 읽게 되었다.

 

이틀낮 하룻밤을 참으로 오랫만에 고향에서 지내고 올라왔다....